현대화된 전통 복식 토탈룩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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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Great Heritage 7 - Manish Arora

2013-08-09 오후 1:59:39

제국주의와 세계화의 물결 아래 각국의 전통 복식은 특별한 날에나 꺼내입는 옷으로 전락하였다. 하지만 유독 자국의 전통 복식을 길에서 너무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다.


인도는 여전히 전통 복식을 일상적으로 입고 다닌다. 세계 제2위의 인구 수를 자랑하는 만큼 그들의 전통 의상 시장의 규모는 굉장하리라 예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전통 옷은 세계인 누구에게나 친숙하다. 화려한 천을 둘둘 말아서 입는 사리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 사람들이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입는 파자마도 인도의 전통 복식에서 유래된 것이다.


인도 뭄바이 출신의 디자이너 마니쉬 아로라는 이렇게 세계적으로 친숙한 인도의 전통을 현대 패션으로 끌어 들이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이는 타고났다기 보다 신·구가 조합된 인도라는 환경에서 길러진 것일 테다.



지난 시간 살펴본 2013 F/W 컬렉션이 인도의 화려한 액세서리를 직접적으로 차용했다면, 2013 S/S 컬렉션에서는 인도의 전통 복식 구조를 현대화한 의상을 대거 선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리가 아닌, 원피스와 바지가 결합된 살와르 까미즈(Salwar Kamiz) 라는 의상이었다.


살와르 까미즈는 주로 인도 북부 지방에서 입는 의상으로 긴 셔츠같은 윗옷을 까미즈, 바지를 살와르라고 한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한복의 상의를 ‘저고리’, 하의를 ‘치마’라고 하는 고유 명사로 쓰는 것과 같다.


살와르 까미즈는 사실 무갈제국 시대에 전해진 무슬림의 여인들이 입던 옷이 전해진 것으로 현재는 종교, 지역과 상관없이 사리에 비해 입는 방법이 간편하고 그 실용성 때문에 많이 입는다고 한다.


무갈제국은 16세기 초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인도를 지배했던 이슬람 왕조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으로도 잘 알려진 타즈마할도 이 무갈시대에 인도에 지어진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이다. 이렇게 한 나라의 전통 복식이란 사실 외세의 침략에 의한 문화의 혼합 과정 속에 결합되어 새로운 아이템이 받아들여지고, 없어지는 등의 변화를 겪는다. 한복의 마고자나 당의, 원삼 등도 결국 중국이나 몽골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디자인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복식을 구별가게 해주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피팅감이다. 유럽에서는 중세를 지나면서 입체 재단 기법이 발달하여 점차 상체는 꼭 달라붙는 상의들이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여성의 가슴과 허리의 대비되는 실루엣이 확 살아나게 되었다.


그에 비해 평면 재단으로 옷을 만들던 동양의 복식은 입었을 때 몸에 딱 달라붙는 느낌이 없다. 따라서 옷에서 공간감과 여유가 느껴진다. (사진 1,2,3)





2013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의상은 구조는 전통에서 따왔으되, 색과 무늬, 액세서리는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색은 전통적인 인도의 강렬한 원색이 아닌 파스텔톤으로 변형되었다. 여기에 인도 특유의 화려해 보이는 금색의 장식무늬가 유지되었다. 시각적으로 신선한 조합이면서도 전통적인 이미지가 잘 보존되었다. (사진 4~9)


전통 문화 유산을 현대 패션 디자인으로 변환시킬 때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 색을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색 톤만 바꿀 것이 아니라, 그에 따라 전체적인 형태나 디테일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현대적으로 조금씩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






무늬에서는 변신 로봇처럼 각 면이 조각조각 기하학적으로 표현된 호랑이와 산양이 현대적으로 표현되었다면, 전통 유물에서 따왔을 문양과 장신구는 패턴화 하여 두 이미지를 적절히 조합하였다. 마치 고려 불화에 나타난 화려한 패턴들도 옅은 무늬로 옷의 배경에 새겨져 있었다. (사진 10,11)






무엇보다도 이 컬렉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액세서리였다. 사실 『마니쉬 아로라』라는 브랜드의 강점은 옷에 천이 아닌 산업적인 재료로 구조적인 조형물을 옷에 잘 붙인다는 점이었다. (사진 12, 13)


팝가수 케이티 페리가 입어서 화재가 된 회전목마가 달린 원피스처럼 말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공연무대에 서서 이목을 끌어야 하는 대중 가수에게 크게 각광 받는다. 우리나라의 2NE1도 마니쉬 아로라의 의상을 자주 착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플라스틱이나 아크릴, 금속판, 목재 등을 이용하여 몸 위로 만들어지는 구조물 등은 미래주의적이면서도 인도의 감성을 전달해 주는데 효과적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썼던 그였기에 짧지만 『파코 라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할 수 있었다. 


파코 라반은 누군가. 1960년대 플라스틱과 금속 재료로 옷을 만들어 미래주의 패션을 선포한 디자이너 아닌가. 따라서 『파코 라반』에서 마니쉬 아로라를 기용했던 데에는 이러한 개연성이 있었고, 이 시기에는 마니쉬 아로라도 인도풍을 절제하고 파코 라반이 2000년대에 활동하면서 선보였던 의상을 잘 풀어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마니시 아로라는 『Tribebyamrapali』라는 액세서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액세서리를 완성해냈다. 옷의 무늬와 같은 형태로 제작된 액세서리는 전체적인 무드를 만들어 내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인도 액세서리의 현대적 대안을 보여주었다.


특히 동양 복식에 있어서 이렇게 옷뿐 아니라 액세서리까지 토털룩을 제대로 현대화하여 보여준 컬렉션은 흔치 않다. 언제나 다음 컬렉션이 기대되는 마니시 아로라이다.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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