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그렇지만 최근에는 패션쇼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샤넬과 디올, 루이 뷔통 같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는 날이 갈수록 화려하고 거대해지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때문에 패션쇼가 정말 ‘쇼’가 되어 가고 있다.
게다가 쇼 장에 초대된 사람 외에도 인터넷 영상을 통해 전 세계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카메라 워크까지 현란하게 진화하고 있어 마치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공연의 관점으로 봤을 때 패션쇼 무대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패션쇼의 가장 큰 목적은 다음 시즌에 나올 옷을 될 수 있는 한 가장 멋지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100m 달리기 직선 코스 트랙마냥 일자로 쭉 뻗은 런웨이는 새로운 옷을 보여주기 위한 기능에 충실할 뿐 어떠한 미적 감흥도 주지 않는다. 이런 패션쇼를 보고 연극처럼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기승전결이 있는 내용을 상상하긴 어렵다.
하지만 홍보를 위해 무대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를 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의 패션쇼가 늘면서 패션쇼 무대도 바뀌기 시작했다. 루이뷔통 쇼는 존 갈리아노의 디올 퇴출 사건 이후 최고의 볼거리가 가득한 쇼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두 쇼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갈리아노의 쇼가 극도로 드라마틱한 의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를 읽을 수 있었다면, 루이뷔통의 쇼는 화려한 무대를 통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루이뷔통은 점차 연극적인 패션쇼로 가는 방향성이 읽힌다. 회전목마, 기차역, 에스컬레이터까지 실제 움직이는 거대한 장치를 패션쇼로 옮겨온 것도 놀랐지만, 이번 2013 F/W 컬렉션에서 방문을 이용해 공간 연출을 한 것은 기존의 패션쇼에서 한 단계 발전한 연출로 느껴졌다.
대개 무대가 로마의 원형 경기장 마냥 가장자리를 빙 둘러 관객이 앉고 가운데 무대로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라면, 이번 루이뷔통 쇼는 가운데에 관객석이 있고 가장자리를 따라 호텔 복도처럼 연속적인 방문이 있어 각각의 방에서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똑같은 각도로 열린 반복된 수십 개의 방문과 아르누보적인 벽지, 저채도의 카펫이 몽환적인 공간을 연출했다.
바꿔 생각하면 백스테이지가 저 멀리 무대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눈 바로 앞 문 뒤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복잡하고 지저분한 백스테이지가 아닌 분위기있는 호텔방이라는 공간으로 상상하고 만다 ‘문’과 살짝 엿보이는 루이뷔통 가방같은 간단하지만 영리한 장치 덕분에 벽 너머는 방으로 탈바꿈하고 각각의 방에는 어떤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 묵고 있을까 호기심을 자아낸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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