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Great Heritage3 - 황금빛 비잔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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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ce & Gabbana

2013-08-20 오전 9:15:48



돌체 앤 가바나의 영감의 원천인 시칠리아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그리고 지중해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탈리아는 북부와 남부의 특성이 확연히 다르다. 독일과 프랑스에 가까운 북부 도시들은 일찍부터 수공업, 상업, 금융이 발달했다. 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 등의 도시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지중해의 영향권인 이탈리아 반도의 남부나 그 발끝 지점인 시칠리아 섬의 경우는 자연 경관이나 건축, 방언, 음식, 심지어 사람들의 생김새까지도 유럽보다는 동부 지중해나 아프리카의 특성을 닮았다. 시칠리아는 지중해 한 가운데에 위치하며, 섬 중에서도 가장 크다.


따라서 시칠리아는 지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이탈리아의 북부 도시들보다는 지중해를 둘러싼 아프리카, 스페인, 그리스에 더 가깝다. 때문에 이탈리아는 1860년이 되어서야 반도를 통일하고 하나의 민족국가를 이뤘으나 시칠리아인들은 이탈리아인이기보다는 시칠리아인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오늘날 시칠리아인들의 몸 속에는 이탈리아의 피보다 페니키아, 그리스, 아라비아, 노르만, 스페인, 프랑스의 피가 더 많이 흐른다. 그만큼 시칠리아는 다양한 민족의 피가 서로 섞여 이루어진 곳이다. 많은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하고 풍부한 문화 유산이 많이 남았다. 괴테가 시칠리아의 주도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했던 이유다.


시칠리아 어느 곳을 가든 비잔틴, 이슬람, 노르만 3가지 양식이 융합된 독특한 문화와 유적이 남아있다. 몬레알레 대성당(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라 누오바 대성당)이 대표적인 문화 유적이다. 시칠리아를 지배했던 노르만 왕조 시기의 건축으로 외벽에는 이슬람풍 장식이, 실내는 비잔틴 문화의 극치를 보여주는 모자이크와 구약 및 신약 성경의 다양한 장면을 나타내는 거대한 부조가 웅장한 성당을 장식하고 있다.




돌체 앤 가바나의 화려했던 2013 FW 컬렉션은 바로 이 몬레알레 대성당의 비잔틴 양식인 모자이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로마가 멸망한 5세기 후반부터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전까지의 약 천 년의 시기를 중세라 한다. 이 시기 유럽은 이스탄불로 옮겨간 동로마 제국, 즉 비잔틴 제국과 서유럽으로 구분된다. 이 중세를 뭉뚱그려 암흑기(Dark age)라 부르는 것은 게르만이 지배하던 서유럽을 지칭하는 것이고, 사실 동로마 제국은 말 그대로 황금기를 맞이한다.


어느 시대나 지배층에게 황금은 환영 받지만 이 비잔틴 제국만큼 복식에서 황금과 보석들이 전면에 나타나는 것은 흔치 않다. 
이러한 비잔틴 복식은 중세 유럽 복식의 모체가 되었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지금까지 비잔틴 복식을 현대화한 컬렉션은 많지 않았다. 그것은 프랑스가 세계 패션을 주름잡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전통 문화와 예술의 황금기였던 바로크나 로코코, 또는 고딕 양식에 더 익숙한 것이다.


따라서 비잔틴 제국을 모티브로 컬렉션을 선보인 디자이너가 이탈리아인, 그 중에서도 시칠리아인인 도미니코 돌체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유럽의 디자이너들은 좀 더 엄밀하게는 현대의 국가 개념보다는 과거의 지리적 위치, 그에 따른 문화권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현대의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속한 전통 유산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아 디자인에 녹여 내는지 알 수 있다. 같은 중세라도 문화권에 따라 얼마나 다른 결과물을 내는지 프랑스 브랜드 까르뱅의 컬렉션에서 비교해 볼 예정이다.




이 컬렉션에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진짜 비잔틴 복식인 팔루다멘툼, 로룸, 튜닉 등 의 구조에서 가져오기 보다는 전 세계인들이 보편적으로 비잔틴 문화에 매력을 느끼는 모자이크의 이미지를 현대인들이 입는 재킷, 코트, 블라우스, 스커트에 얹었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인들이 입고 불편하지 않을 옷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원하는 효과를 낸 것이다.
대신 비잔틴 의상이 의미하는 바인 기독교적 정숙성을 위해 미디 길이의 치마로 디자인했다. (사진 1,2) 기독교를 상징하는 문양을 동방의 화려한 색채감각으로 장식하여 신의 영광, 신비로움, 천국의 영화 등을 표현하며, 외형의 비례나 조화보다는 색채의 효과를 이용하여 내적인 미를 중시하는 것이 비잔틴 복식 문화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모자이크화 원피스에 보석 장식을 넣어 빛을 받아 반짝이는 효과를 극대화 하거나, 시퀸으로 모자이크화를 재현해 그 질감을 잘 살려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그들은 이러한 의상에 마치 비잔틴 시대의 장인들이 만들었을 법한 섬세한 장신구들과 소재로 그 매력을 배가시켰다.
황금 왕관과 큼지막한 귀고리, 목걸이를 통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균일하게 맞췄다. 비잔틴인들에게 머리에 쓰는 관이나 장식이 중요했는데, 이것은 전제군주제가 확립되어 관으로 그 권위를 구별한 동방으로부터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보여주는 방식에서도 그들은 영민했다. 컬렉션에 등장한 의상의 흐름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도입부에는 강렬한 황금빛 모자이크와 보석들로 치장한 그룹이 등장했다.(사진 1,2,3) 황금 모자이크 의상에 탄성을 지르면서도 과도한 장식에 숨이 막힐 때쯤, 검정과 하양, 회색의 수수하고 정숙한 차림으로 교회에 가는 그룹이 나타났다.(사진 4,5,6) 돌체 앤 가바나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검정 레이스나 하얀 면 레이스의 그룹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의상들로 슬슬 기대감이 떨어질 때쯤 다시 중세의 황금으로 치장한 그룹이(사진 7,8), 그 뒤로 순백색 레이스 그룹이(사진 9,10), 그리고 피처럼 깊은 붉은색의 레이스와 보석으로 치장한 그룹(사진 11,12)이 쏟아져 나오며 대미를 장식했다. 강한 이미지와 상대적으로 약한 이미지를 적절히 조율해 관객의 시각을 쥐락펴락하는 디자이너들에게서 30여년간의 내공이 느껴졌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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