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격의 거인’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간을 잡아먹는 거인 괴물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라고 한다. 근육을 드러낸 거인의 모습도, 입 안에 빽빽하게 들어선 이도, 인간을 잡아먹는 장면도 모두 충격적이다.
이처럼 인간의 신체가 변형 된 것을 보는 것은 적잖은 충격을 준다. 사물이나 자연을 오히려 의인화 할 만큼 인간은 눈, 코, 입, 사지 멀쩡히 달린 인간의 형상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익숙한 인간의 모습이 잘리고, 부러지고, 손상되는 장면을 보면, 나의 신체까지 변형될 것이라는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에 충격을 넘어서 공포감, 불쾌함을 느끼게 된다.
손상 된 신체에 대한 공포, 불편한 감정, 충격을 패션으로 치환한 디자이너들이 있다. 우선 패션사에 길이 남을 꼼 데 갸르송의 1997년 S/S시즌 ‘bump & mind’ 컬렉션(사진 1)이 그렇다. 몸에 거대한 종기나 덩어리가 부풀어 오른 듯, 꼽추를 연상시키는 컬렉션이었다. 레이가와쿠보는 언제나 아름다움만 추구하던 서구 패션계에 ‘추함’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여 패션계를 경악시켰다. 보기에 너무도 불편했던 이 컬렉션은 그러나 개념 패션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마르틴마르지엘라도현대 예술작품같은 컬렉션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던 디자이너였다. 그는 종종 모델들의 얼굴에 집중하지 않고 옷을 더 잘보여주기 위해 모델의 얼굴을 가린 컬렉션을 선보였다. 2009년 S/S 컬렉션(사진 2,3)은 그러한 아이디어에 집중하여 얼굴뿐 아니라 온 몸을 살색의 천으로 뒤덮어 모델의 몸을 마네킹화 시키거나, 가발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이러한 컬렉션의 진정한 의미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아름다운 모델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옷 자체만 바라봐 주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의도야 어쨌든 1차적으로 시각의 충격 때문에 관객은 불쾌감만 느끼고 끝나 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충격의 강도는 조절할 수도 있다. AF.Vandevorst의 2013 F/W 컬렉션(사진 4)처럼 비틀어 입은 옷에 탈일상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거대한 가발을 씌워 스타일링한 것처럼 충분히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미지를 완성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변형된 인체는 충격을 준다. 그 상태만으로 호기심이든, 부정적인 눈길이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는 있다 하지만 작품인 경우, 눈길을 끄는데는 성공했을지몰라도 그 내용이 부실하거나 의미하는 바가 없다면 사람들의 호감은 금방 사라진다. 현대 미술이 충격을 주는 데서 그 수명이 다하는 것처럼 패션도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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