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주의 월드 VMD 투어 1 -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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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하게 하라, 충성할 것이다”

2013-08-20 오전 9:16:25

당장이라도 운동화를 신고 달리고 싶다, 뉴욕 「나이키」 매장의 쇼윈도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장사를 하고 살까?’


작은 호기심 하나에 이랑주 VMD연구소 대표는 혈혈단신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시작된 ‘VMD 여행’에서 그는 인도, 네팔, 터키, 미국, 남극 등 전 세계 10개국을 돌아다니며 각국의 VMD 사례를 직접 보고 느꼈다. 1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쌓은 경험은 그가 ‘국내 1호 VMD 박사’가 되는데 큰 자양분이 됐다. 본지는 장기 불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패션업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 대표의 월드 VMD 투어를 정리 연재하고자 한다. 그 첫번째는 미국 뉴욕 편이다. 자, 이제 이 대표와 함께 뉴욕 5번가로 VMD 여행을 떠나보자. <편집자주>


‘뉴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프라다」를 걸치고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거리를 활보하며 금요일 밤마다 가장 핫한 클럽을 찾아내 코스모폴리탄을 홀짝이는 ‘섹스 앤 더 시티’의 그녀들이 있는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드라마에서 보아 왔던 뉴욕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비행기 멀미(울렁증) 보다 더 심한 기대감과 설렘으로 기내에서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뉴욕은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들과 길거리에 즐비한 명품관의 화려한 쇼윈도들이 내 영혼까지 빼앗듯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제일 먼저 찾은 곳은 5번가 미트패킹과 함께 뉴욕 최대의 핫 쇼핑 지역인 소호였다. 소호(SOHO)는 사우스 오브 하우스턴(SOuth of HOuston)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으로 1960년대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 하지만, 지금 메인 스트리트에는 값비싼 다국적 매장들이 즐비하여 예전의 예술적 향기를 찾아보기가 다소 힘들지만, 골목 사이사이로 들어가 보면 자기만의 독특한 콘셉을 가지고 있는 개성만점의 재미있는 숍과 최고의 갤러리들을 만날 수 있다. 소호 지역은 운동화를 신고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걸어 다녀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독특하고 멋진 쇼윈도들로 눈이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소호를 걸어서 내려오는데 한 매장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쇼윈도를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다. 호기심에 다가가서 보니 요가복을 파는 매장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요가 선생님이 쇼윈도 안에서 어려운 동작을 직접 시연해 보이고 있는 것 아닌가. 지나가는 행인이 관심을 갖고 매장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남다른 VMD였다. 여느 집처럼 마네킹에 요가복을 입혀서 평범하게 연출하였더라면 이렇게 고객의 시선을 끌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 요가 전문가의 모습이 구매욕을 자극한다


매장에서 쇼윈도가 하는 역할은 채광, 통풍, 조망이라는 물리적인 기능보다는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요소이다. 윈도우를 통하여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며, 내부의 의지나 주장을 표출하는 장소이다. 쇼윈도는 매장과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로서 상품의 정보를 제공하며 매장의 신용을 심어주고 고객으로 하여금 구매 욕구를 느끼게 하여 판매로 유도하는 아주 중요한 곳이다. 소호 거리의 매장들은 이러한 쇼윈도의 역할을 너무나 충실히, 재미있게, 독특하게 해내고 있었다.


쇼윈도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더 빛을 발하는 매장이 바로 「나이키」 매장이다. 매장 안에는 신상품이 출시(머천다이징) 되었는지 새로 개발한 신발 밑창과 패턴을 입구에서부터 매장 전체에 각인시키듯 수 백 개를 도배하듯 연출하였다(비주얼 머천다이징).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그러나 새로 개발한  런닝화를 신고 뛰거나 걸어볼 수 있도록 5대의 런닝머신 옆에 테스트용 운동화를 사이즈별로 비치해 둔 나이키를 보는 순간 충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VMD라는 것이며, MD(머천다이징)와 VMD(비주얼 머천다이징)를 따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임을 「나이키」 매장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수백 켤레의 운동화로 장식된 「컨버스」 매장 입구

컨버스 운동화 매장의 경우 쇼윈도와 입구 전체를 수백 켤레의 운동화로 장식해  규모면에서는 여타 매장의 추종을 불허한다. 안으로 들어가 바(BAR)같은 곳에 아이패드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컨버스」 운동화에 자신만의 그림이나 이니셜, 문구, 친구와의 우정, 기념일을 새겨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운동화를 만들거나 선물하려는 사람들이었다. 디자인을 상담해주는 디자이너도 같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운동화나 등산화에도 이런 요소를 접목시켜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임스퀘어 맥도날드의 전광판에서는 누구나 사진의 주인공이다


피곤한 다리도 쉴 겸해서 맥도날드 매장에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어~ 맥도날드에 웬 클래식 음악?” 그런데 오디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2층 무대에서 나이 지긋한 연주자가 직접 라이브로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닌가? 패스트푸드 매장은 시끄럽고 빠른 음악을 틀어 빨리 먹고 나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마케팅의 역 발상이었다. 한 쪽 귀퉁이가 아니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연주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음식점이라고 쇼윈도가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타임스퀘어 광장에도 체험 포토존이 있는데, 1층에 맥도날드가 있고 전광판 위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광장에 있는 사람들이 촬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포토타임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이곳을 바라보라는 멘트를 날리는 순간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그곳을 바라보면서 포즈를 취한다. 1층에 맥도날드가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의 형식을 깨고, 체험하게 하는 비주얼 전략은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었음을 알 것 같다.


나에게 어떤 옷이 어울릴까? 이색 체험 쇼윈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백화점 쇼윈도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았다. 얼굴을 들이밀고 쇼윈도 안을 쳐다보고 있어서 나도 따라서 들여다보았더니 화면에 내 얼굴이 나타났다. 다양한 의상들이 화면으로 나타나며 나에게 꼭 맞는 의상을 제안해 주고 있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쇼윈도에 얼굴을 붙이고 한참을 그렇게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체험하게 하라, 그러면 고객은 그 브랜드에 충성하게 될 것이다. VMD도 이제 단순히 마네킹에 옷 몇 벌 입혀서 고객에게 사랑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놀라운 것을 경험하고 체험하게 해 주어야 만 한다.


도시 거리의 환경은 쇼윈도로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윈도는 거리 환경을 장식하며 현대사회의 정보매개체로서 그 시대의 유행, 경향, 관습, 미적인 감각을 표현하고, 패션 리더로서 새로운 문화 예술을 창조하고,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뉴욕의 밤거리가 아름다운 것은 VMD 디자이너들이 만들어 내는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거리를 메우고 있어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임스퀘어 맥도날드의 전광판

이랑주 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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