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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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SHOW!

2013-05-22 오후 6:38:05



소설 ‘눈 먼 자들의 도시’는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원인도 모른 채 시력을 아직 잃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수용소로 내팽개쳐진다. 시력을 잃은 사람들은 그곳에서 또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게 되는데, 총을 가진 범죄자든, 덕망 높은 전직 의사든, 시력을 잃지 않은 사람 앞에서는 그 힘을 잃게 된다.


인간은 외부의 상황을 인식할 때 85% 이상을 시각에 의존한다고 한다.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은 시각을 상실 했을 때 그 기능을 극대화 시킨다. 그러나 독점적이라고 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시각은 익숙한 사물을 제대로 보지 않고 어림짐작으로 판단해 버리는 실수를 때때로 저지른다.


<사진 1>의 경우가 그렇다. 패션쇼에 트렌치 코트가 등장했다. 색도 형태도 기존의 코트와 별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특이한 머리색과 메이크업에 먼저 눈이 간다. 그런데 다시 옷을 보니 그냥 트렌치 코트가 아니었다. 두 줄로 된 단추 사이에 가운데 단추가 하나 더 있다. 게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듯 했던 팔도 몸통에 붙어 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지다가 이내 내 시각의 착각에 어느새 웃음이 난다.


이처럼 디자이너라면 너무나 평범하고 익숙한 일상을 의도적으로 낯설게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익숙한 것을 조금 비틀어 바라볼 때,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한다. 준야 와타나베의 방식이 낯설게 보기로 우리를 착각시키고, 옷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면, 톰 브라운은 일반적인 착시라는 개념을 그대로 적용했다.


착시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가만히 있는 그림인데 뱅뱅 도는 것처럼 보인다던가, 사람의 옆모습과 술잔의 착각, 같은 크기의 공이나 선이 주위의 비교 대상에 따라 길고 짧게 보이는 현상 등이 나온다.


톰 브라운 2013 S/S 컬렉션 <사진 2>에서 바우하우스와 함께 활동했던 화가이자 조각가이자 무용가로 소개되고 있는 오스카 쉬렘머의 대표작 ‘삼부작 발레(Triadis ches Ballett)’를 주제로 패션쇼를 선보였다고 한다. 추상 무용이라는 개념을 선보였을 1920년대 당시에는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2013년, 웬만한 자극적인 것에는 자극도 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앞서 말했듯이 디자이너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새로움을 창조해야 한다면, 톰 브라운의 컬렉션은 새롭지도,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단지 뉴욕에서도 이런 비실용적인 컬렉션을 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는데 조금 놀라울 뿐이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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