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무기교의 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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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3-05-16 오후 1:39:40



프랑스 로코코 시대나 청나라 황실에서 사용했던 물건들을 보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듯한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에 감탄하게 된다. 그에 비하면 박물관에서 접하는 우리의 문화 유산은 섬세함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조상의 솜씨를 탓할 것이 아니다.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정도와 개념이 시대마다 다를 뿐이다. 프랑스 절대 왕정 시기에 베르사유 궁전을 짓고 화려한 로코코식 드레스가 한 시대를 풍미했다면,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얇은 모슬린의 엠파이어 라인 드레스가 유행했던 것처럼 말이다.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의 사치품도 수요가 있어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절대 왕정 같은 강력한 왕권이나 귀족계층, 부유층이 로코코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아르누보를 좋아하는지, 현대 미술 같은 개념 예술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남는 유물의 양식이 달라진다.


우리 나라도 통일신라시대의 금 세공기술이나, 고려시대의 고려불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섬세하고 화려한 유물들이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조선시대의 유물은 정교한 기술보다는 아이가 그린 그림 같은 편안함이나 심플함을 추구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사학자였던 고유섭은 이러한 우리 전통미를 표현하기 위해 ‘무기교의 기교’, 또는 ‘무계획의 계획’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조선시대의 미는 콘셉으로 보면 피카소의 예술작품과 같다.


파블로 피카소도 완벽한 기술적 완성을 이룬 이후에는 오히려 어린 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완전한 것은 마치 덜 된 것 같다(大成若缺)’는 도덕경의 경구는 이러한 예술을 표현하는데 정확하다.


지금 ‘빌 게이튼’으로 리더가 바뀐 존 갈리아노의 2013 S/S 컬렉션<사진>을 보면 이 ‘무기교의 기교’가 무엇인지, 패션으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마치 물 흐르듯 몸을 타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천들, 단순하게 몸 위에 천을 두른 것 같은 드레스 등은 알고 보면 몸에 꼭 맞게 재단해야 되는 복잡한 드레스만큼이나 높은 기술을 갖춰야 실현 가능한 디자인이다.


아무 무늬나 장식 없는 천, 하나의 색으로 색을 절제하는 대신 패턴을 자유자재로 갖고 놀 수 있는 경지를 보여 준 옷은 분명하게 자신의 콘셉을 전하고 있다.


23년간 존 갈리아노와 함께 작업하며 완벽한 테일러링은 질릴 정도로 디자인한 빌 게이튼이 표현한 디자인을 보면서 조선시대의 소박한, 아니 단순미를 추구했던 도자기가 생각났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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