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의 달걀, 빗살무늬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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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뛰어넘는 형태에 숨겨진 가치

2013-05-16 오후 1:34:43

바닥이 뾰족한 모양의 빗살무늬토기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신석기나 구석기 유물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유물은 빗살무늬토기이다. 선사관 내에서도 빗살무늬 토기 앞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머문다. 빗살무늬토기는 신석기 시대를 말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유물이다. 빗살무늬토기에 담겨있는 디자인적 가치는 무척이나 현대적이다.


빗살무늬토기에서 빗살무늬란 빗금 모양이 잘게 반복된 무늬를 뜻한다. 어떤 사람은 머리를 빗는 빗의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빗살무늬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 전체에서 발굴된 빗살무늬토기에는 모두 이런 무늬들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무늬는 그 이전이나 그 이후 어떤 시대에서도 유사한 것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표면에 독특한 무늬가 들어간 빗살무늬토기는 다른 유물과 구별하기 용이하다.
그러나 빗살무늬토기가 단지 ‘빗살무늬를 가지고 있는 토기’라는 정도로만 이해되고 마는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자동차에 꽃무늬가 들어가 있다고 꽃무늬 자동차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빗살무늬로 치장되어 있다고 빗살무늬토기라고 이름 붙이고 넘어가기에는 이 토기에 숨어 있는 가치가 그렇게 가벼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야시대 토기(왼쪽), 통일신라시대 토기


박물관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빗살무늬토기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것은 무늬가 아니라 모양 때문이다. 포탄이 거꾸로 세워진 듯 한 모양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보아왔던 그릇들과는 너무나 다르게 생겼다. 그리고 유선형을 그리며 아래로 빠지는 빗살무늬토기의 유려한 곡선은 거친 표면의 마무리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우아하고 아름답다.


같은 모양을 하고 있더라도 크기가 천차만별로 달라서, 그에 따라 만들어내는 인상도 다양하다. 큰 규모의 토기들은 완만하면서도 부드럽게 흐르는 곡선을 가지며 최고의 우아함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것들은 앙증맞은 곡선형으로 깜찍하고 귀엽다.


빗살무늬토기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표면의 무늬 때문이 아니라 형태 때문이다.
그러나 형태로 인해 촉발된 호기심은 ‘아! 저게 빗살무늬토기’라는 이름을 듣고 나면 사라져 버린다. 사람들은 애초에 희한한 모양, 아름다운 곡선에 매료되었지만, 모든 설명이 표면에 그어진 빗금에 집중되면서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식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빗살무늬가 있기 때문에 빗살무늬토기라고 하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조선시대 백자(왼쪽), 조선시대 분청사기


하지만 단지 표면적인 모양이 아니라 구조를 파악해 보면, 빗살무늬토기는 박물관에 보관된 그릇류들 중에서도 가장 특이하다. 밑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뾰족하기 때문이다. 바닥이 뾰족한 그릇은 말 위에서 술을 부어 마시는 마상배 말고는 5000여년 역사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어찌된 일일까?


상식을 깬다는 측면에서만 보면 빗살무늬토기는 가장 창조적인 모양을 하고 있다. 역사의 초기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에 원시에 가까운 고고학적 유물로만 치부하기가 쉽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오히려 후대의 그릇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현대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빗살무늬토기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역사상 비슷한 것도 찾을 수 없는 이런 독특한 모양을 하게 되었던 것일까?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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