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식은 죄악이다.” 디자인계에서 관용어처럼 사용되는 이 말은 건축가 아돌프 로스가 1908년 ‘장식과 범죄’라는 책을 통해 한 주장이었다. 그는 대중의 수준이 낮을수록 장식을 원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표면 장식에 의존한 미의 추구보다는 사물의 형태미를 발견할 것을 주장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한 데는 시대적 배경에서 이유가 있었다. 1900년대 초의 시대 상황은 이랬다. 십 수 년에 걸쳐 돌을 쌓고 표면에 조각을 새겨 지어야 했던 건축을 유리와 철골로 후딱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마차를 타거나 걸어서 몇 날 며칠을 가야 했던 다른 도시도 자동차와 기차로 하루 만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요즘 말로 빛의 속도로 움직이게 된 세상에서 과거의 건축 양식과 방법을 고집하는 것은 엄청난 시간적, 경제적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이다. 이는 건축뿐 아니라 패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진1>의 옷의 장식을 보면 아돌프 로스가 왜 ‘장식=죄악’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썼는지 이해가 간다. 특정 계급의 한 사람을 위해 10명의 사람이 50시간을 들여 한 벌의 옷을 만들어야 했다면, 한 사람이 10명의 옷을 하루에 만들어 내는 시대로 변화할 것을 그는 예견한 것이다.
1차 대전을 거치면서 아돌프 로스의 주장은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이후 바우하우스의 교장 미스 반 데어 로에에게 전해졌고,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빠른 재건이 목표였던 그들에게 장식을 배제한 비례와 형태미를 살린 모더니즘 건축과 가구는 현재까지도 디자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편의와 실용성이 충족되고 난 이후에는 다시 장식을 찾게 된다. 전쟁 중 물자의 부족과 일해야 하는 여성들을 위해 옷에서 강제적으로 장식이 제거 되었다면, 전쟁 이후에는 여성성을 다시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이러한 심리를 잘 파고든 디자이너가 2차 세계 대전 후 가장 큰 명성을 얻은 크리스찬 디올이었다.
그는 과거처럼 다시금 여성의 허리를 조이고 가슴과 엉덩이를 부풀리는 X라인의 실루엣<사진2>을 제시하여 코코 샤넬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분명 디올은 과거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형태를 제시한 것이다. ‘뉴 룩’ 발표 이후 디올이 매년 새로운 실루엣을 선보인 것을 보면 아돌프 로스의 형태미에 관한 정신은 50여년이 흐른 후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다. 탄탄히 구축한 형태 위에 장식을 올렸으니, 살아있었다면 아돌프 로스도 그를 비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13년, 디올의 새로운 수장이 된 라프 시몬스는 존 갈리아노와는 다른, 현대적인 디올을 제안했다. 이번에는 한 단계 진보 된 장식 기법을 선보였다. <사진3>에서 보이는 꽃 장식은 옷 표면에 2차원적 스팽글 장식에서 벗어나 3차원적으로 세워서 꽃을 표현한 것이다.
시대에 따라 장식은 재정의 되어야 한다. 지금의 시대에 장식은 죄악이 아니다. 장식은 패션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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