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열린 2013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가구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뽐내면서 자웅을 겨루었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답고 빼어난 가구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보는 사람을 그냥 넘어가기 어렵게 만드는 디자인 중에 하나가 프랑스의 거장 장 마리 마소(Jean-Marie Massaud)의 에어버그(Airberg) 소파였다. 이름은 분명 소파였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소파의 모습을 한참이나 넘어선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가구가 나아가야 할 바를 예견하는 나침반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하학적인 조형에 거의 모든 전권을 넘겨주었던 20세기의 디자인들과는 달리 요즘 새롭게 나오는 디자인들은 거의 모두 질서정연한 형태를 추구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접근은 수많은 가구들에서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장 마리 마소는 그런 불규칙성을 펠트로 된 소파에다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그런 불규칙성들은 딱딱하고 견고한 재료에 많이 표현되고 있는데, 장 마리 마소는 그런 접근을 부드러운 재료에 표현하고 있었다. 그 점이 참으로 신선해 보였고, 어려운 접근을 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러운 소재는 단단한 소재에 비해 비대칭적인 형상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냥 보면 이 소파의 모양은 아무렇게나 생긴 두 개의 기다란 포대 덩어리 두 개가 그냥 붙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험적인 조각 같은 모양이라 첫 눈에 이를 소파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완벽한 모양은 아니지만 등받이와 좌석이 있는 소파의 형상을 어렴풋이 하고 있다. 설사 소파로 사용을 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 모양이기는 하다.
이 디자인이 가진 매력은 바로 이러한 이중성이라고 할 수 있다. 소파로 쓸 수 있는 물건이지만 전혀 소파같지 않아서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런 불규칙성이 이 희한한 형태를 단지 예술품으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다듬어지지 않은 흙덩어리, 나무 덩어리와 같은 순수 자연물의 속성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두터운 천으로 만들어진 이 터프한 형태는 포대자루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불량품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파는 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에 어떤 짐도 올려놓지 않는다. 가구 브랜드의 단단하고 완성도 높은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이다.
하지만 그런 덕분에 이 희한한 소파는 예술품이 되었다가, 자연물이 되었다가 생활용품이 되는 등, 수많은 존재로 변화무쌍하게 변신하고 있다. 장 마리 마소가 원했던 것은 바로 가구의 이런 가능성이 아니었나 싶다. 하나의 형태를 하나의 인식에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미를 소파라는 물체와 펠트라는 소재 위에다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고구마나 감자를 연상시키는 비정형적 형태이지만 파고들다 보면 이런 복합적인 의미를 은폐하고 있는 가구인 것이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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