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산업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Ross Lovegrove)는 지난 4월 9일부터 시작된 밀라노 디자인 페어에서 프랑스의 자동차 르노의 콘셉카 트윈즈(TWIN'Z)를 선보였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내뿜는 모습은 첫 눈에 로스 러브그로브의 디자인이란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자동차를 보면 우선 자동차의 색으로서는 익숙하지 않은 휘황찬란한 파란색과 형광빛으로 눈을 파고드는 연두색의 휠 캡의 독특한 모양이 보는 사람의 시선을 무서운 힘으로 사로잡는다. 평소에 생각하고 체험하던 자동차의 면모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런 미적 체험의 격차가 보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시각적 충격과 함께 정신적인 충격(이는 곧 미적 감흥을 뜻한다)을 준다. 하지만 그렇게 강한 시각적 효과를 발산하는 것에 비해 차의 모양이나 색상의 구성은 오히려 평범하다.
차의 형태는 여느 콘셉카들처럼 휘황찬란한 곡면들의 교향곡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완만한 선들과 평범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차의 형태만 보면 평범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화려해 보이는 색상들도 파란색과 연두색, 대비가 심한 색도 아니고, 주파수가 강해 사람의 눈을 강하게 자극하는 따뜻한 색들도 아니다. 오히려 두 색들은 모두 차가운 한색계통의 색들이다. 그런 색들과 형태로 로스 러브그로브는 신기하게도 엄청난 시각적인 주목성을 가진 차를 눈 앞에 내 놓고 있는 것이다.
앞문과 뒷문이 열리는 방향도 주목해 볼 만하다. 두 문이 동시에 열림에 따라 실내 공간은 바깥 공간과 매우 개방적인 관계를 이루게 되며, 차를 타고 내리는 방식뿐 아니라 편리성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기능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기능을 재해석하는 창조력에 있어서도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실내의 모습은 이 자동차의 이미지를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차의 내부를 인테리어로 접근하는 일반적인 디자인의 경우와는 달리 로스 러브그로브는 이 자동차의 실내를 연속된 하나의 패턴으로 접근하고 있다. 로스 러브그로브 특유의 부드럽게 흐르면서도 반복되는 유기적인 형태의 패턴이 앞문, 뒷문, 차의 몸체의 차이를 무시하고 하나의 면으로 흐른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도 매우 강렬하게 보는 사람의 눈을 파고든다.
기존의 자동차 인테리어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접근에서 오는 새로움도 강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에 한 몫하고 있으며, 반복되는 형태와 색의 구성도 보는 사람의 눈을 매우 심하게 자극하고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 좌석의 육중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심플하고 가벼워 보이는 좌석이 없었다면 실내 공간의 이런 특징은 눈에 잘 띄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인 의자에 비해 가볍고 스포티 해 보이는 의자의 이미지도 대단히 돋보인다.
이런 저런 특징들이 전체적으로 어울려 콘셉카 트윈즈는 마치 우주에서 방금 도착한 것 같아 보인다.
“콘셉카란 디자인과 예술, 테크놀로지 등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말한 로스 러브그로브의 말대로 그의 이 자동차 디자인은 콘셉카로서도 빼어나 보이지만 더 나아가 하나의 조각, 테크놀로지의 집약태로서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거장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의 디자인 실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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