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자체의 색 때문에 국내외로 칭찬을 들었던 고려청자들 |
옥색깔을 닮으려고 했던 청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청자는 옥의 이미테이션이 아니라 독자적인 장르를 형성하고 자체의 아름다움에 의해 평가되고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옥으로부터 청자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청자는 옥을 얼마나 닮았는가가 아니라 청자 자체의 장르를 형성하게 되고, 자체의 아름다움에 따라 평가된다. 말하자면 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청자의 시대를 열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청자의 색도 옥을 닮은 정도가 아니라 색 자체의 아름다움에 따라 평가된다.
중국 사람들이 고려청자의 색을 칭찬했던 말들이나, 고려의 문인들이 청자의 색을 칭찬했던 말들을 살펴보면 옥색과는 관계없이 청자의 색 그 자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청자의 색이 정말 아름다워서 칭찬을 했던 것이다.
그럼 다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옥 색깔에 영향으로 이런 밝고 칙칙한 녹색계통의 색으로부터 청자의 색이 시작되긴 했지만, 액면 그대로 청자의 색은 아무리 봐도 칙칙하다. 문제는 이런 색이 고려청자 중에서도 가장 색이 좋을 시기의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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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④고려 청자와 유사한 색을 사용한 샤넬과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 패션, ⑤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무채색 계통 |
그렇다면 왜 옛날 사람들은 아름다운 색이 많을 텐데, 이처럼 칙칙한 색들을 오히려 더 좋다고 했던 것일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샤넬이나 프라다와 같이 지금 세계적인 명품으로 대접받고 있는 브랜드들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그런 밝고 화사한 색깔을 거의 안 쓴다는 사실이다.
어떤 점에서는 고려청자의 색보다도 더 색이 칙칙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신기하게도 칙칙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조지오 아르마니와 같은 브랜드들은 한 술 더 뜬다.
청자는 그래도 녹색이라도 느낄 수 가 있지, 아르마니의 옷에서는 거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칙칙한 색만을 볼 수 있다.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채도가 매우 떨어지는 색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지오 아르마니 같은 디자이너라면 얼마든지 화려하고, 눈에 튀게 색을 사용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칙칙하게 보여야 할 옷이 전혀 그렇지 않게 보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칙칙한 색을 썼는데, 칙칙해 보이지 않는다니.
저채도 색의 놀라운 효과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냥 보면 칙칙해 보이지만 배색이 잘되면 전체적으로 매우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왜 그런 걸까? 그것은 칙칙한 저채도 색은 다양한 색들을 모두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일반적인 색들은 대체로 하나의 색에 그치지만 저채도 색들은 하나의 색에 여러 가지 색들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색이 하나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하나의 색 안에서 여러 가지 색들을 느낄 수 있는 마술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 대상에서 다양한 색감이 우러나오는 고려청자 |
고려청자의 색이 위대한 것은 바로 이런 저채도 색의 묘미를 그 옛날에 기막히게 표현해 놓았기 때문이다.
고려청자를 다시 한 번 제대로 살펴보면, 처음 이미지와는 달리 칙칙한 녹색들 위로 수많은 색들이 꽃이 피듯 끊임없이 피었다가 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 정도면 고려청자의 색은 칭찬 받을 만하지 않을까?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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