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대립을 잠시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일본의 기모노, 중국의 치파오는 아름다운가? 저마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다. 기모노는 천 위에 그려진 화려한 무늬와 하체를 길어 보이게 하는 오비(허리띠) 부분의 대비, 직선적 실루엣으로 인한 몸의 움직임의 제한에서 오는 은근한 에로티시즘이 느껴진다. 치파오는 잘록한 허리가 드러나고 다리부분에 옆트임을 줘 옷감과 피부의 대비가 크다. 기모노에 비하면 적극적으로 섹시함을 드러낸다.
입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한복은 가장 이상적인 옷이다. 움직임에 불편함이나 타인을 자극하는 직접적인 노출이 없다. 크게는 저고리와 치마의 대비, 작게는 저고리 안에서 다시 고름과 깃, 새하얀 동정, 소매 끝동에서 색과 면적의 비례의 아름다움을 느껴야 하는 옷이다. 그래서 가장 현대적인 옷이라고 말할 수 있다. 코코 샤넬이 남들과 달리 현대적인 의상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장식이나 실루엣이 아니라 먼저 비례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화려한 무늬나 노출 등으로 즉각적인 자극을 주는 기모노나 치파오에 비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선 비례라는 숨겨진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이 비례가 잘 잡히고 난 뒤 화려한 장식을 해야 진정한 아름다움이 느껴지게 된다. 때로 장식이 화려한데도 어딘가 유치해 보이는 옷은 비례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서양 디자이너들이 치파오나 기모노에 매료 된 것도 이러한 1차적인 자극에 쉽게 반응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복의 아름다움에 매료 된 디자이너의 컬렉션이 종종 선보여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깊은 이해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한복의 새롭고 이국적인 특징(그들의 입장에서)들을 차용하는데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한복을 컬렉션 전반의 주제로 삼았던 패션쇼가 있었다. 캐롤리나 헤레라의 2011년 S/S 컬렉션이었다. 모델에게 갓을 씌우고 한복의 하얀 동정과 <사진 1>처럼 옷고름 등을 형상화 했었다. 흥미로운 것은 <사진 2>처럼 까만 갓에 새하얀 서양식 재킷과 바지를 입혔을 뿐인데도 한국성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넉넉한 실루엣에 허리를 묶는 남성 한복의 기본 요소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컬렉션은 한복에서만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한복과 더불어 식물도감의 아름다운 그림들을 접목시켰다. 이것은 한복을 현대화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일 우리나라 디자이너였다면 한복의 디테일에 초충도나 민화처럼 한국의 회화에서 따온 이미지를 섞었을 것이다. 전통과 전통의 믹스는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것이 되어 버린다. 지난 주에도 살펴봤듯 전통 무늬를 썼다면 현대적인 실루엣이나 현대적인 감각에서 그에 잘 어울리는 색을 써 주는 것이 디자인적으로 더 아름다워 보인다.
한복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지만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의상을 넣은 패션쇼도 있었다. 샤넬의 2012 S/S 컬렉션이다. 바닷속이 주제였던 이 컬렉션에서 한복이 어떻게 접목 될 수 있었을까? <사진 3>의 의상은 당의 형태의 재킷이다. 당의처럼 트인 옆으로 풍성한 치마가 나오게 된다. 서양 복식이나 다른 민속복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조이다.
<사진 4>의 칼라는 마치 저고리의 깃처럼 느껴진다. 지금 우리는 좁고 작은 깃에만 익숙해져 있지만, 조선 500년 역사 동안 지금의 한복 형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는 15세기의 저고리에서 많이 보이는 목판깃의 형태이다. 칼 라거펠트가 한복의 깊은 역사까지 공부했을까 마는 어쨌거나 세계적인 컬렉션에서 느껴지는 한복이 반갑긴 하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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