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의 빛깔 |
청자의 색은 맑고 청아하기보다 칙칙한 색이다. 이런 색을 무엇 때문에 옛사람은 좋아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 이런 색의 도자기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 뒤에는 아주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청자의 색을 정상적인 눈으로 본다면 우선 이름과는 달리 파란색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당대의 엄청난 칭찬과는 달리 미적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색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고려청자에 대한 모든 언어적 치장은 증발해 버리고 고려청자를 감싸고 있던 환상은 순식간에 깨져 버린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맨 눈으로 보기 시작할 때부터 고려청자의 진면목은 더욱 확실하고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청자라고 하는데 전혀 푸른색이 아닌, 오히려 녹색계통의 색으로 되어 있다. 이는 우리가 신호등의 녹색을 파란불이라고 말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현대 색채분류가 없었던 시대의 전통적인 색분류 체계에서는 녹색이 따로 분류되지 않았고, 청색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색을 분류하는 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색과 장식을 가진 중국의 도자기들 |
문제는 중국 사람까지 나서서 청자의 색을 엄청나게 칭찬을 했다는 것이다. 그냥 보기에 청자의 색은 맑고 강렬한 순녹색도 아니고 녹색인지 아닌지도 규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칙칙한 녹색이다.
이런 색을 왜 비색(翡色)이라고까지 말하면서 칭찬을 했을까? 도자기라면 모두 이렇게 칙칙한 색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면 모르겠지만, 화려한 원색과 아름다운 장식으로 디자인된 도자기들도 많다. 청자가 만들어질 당대에도 화려한 색의 도자기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문은 더욱 더 커진다. 이렇게 화려한 도자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해서 당대 사람들, 특히 안목이 높다는 사람들은 칙칙한 청자의 색을 어째서 더 좋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우선 청자의 색깔이 이처럼 밝으면서 칙칙한 녹색을 가지게 된 것은 옥에 대한 선호 때문이었다. 중국의 한나라 이전부터 옥으로 만들어진 장식품은 매우 귀중하게 여겨졌다. 청아하게 밝으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를 가진 옥은 다른 돌들과는 다른 품격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옥은 광물이며, 생산량에 제한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옥의 색감과 질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한 물건을 만들고자 하는 수요가 많았다. 청자가 나오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고 청자의 색이 밝고 칙칙한 녹색이 되었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말하자면 청자는 옥의 유사품이었던 것이다.
옥으로 만들어진 중국의 유물 |
중국의 태평노인이라는 사람이 ‘수중금’이라는 책에서 고려자기의 색을 비취의 색과 같다고 해서 비(翡)색이라고 한 것을 보면 그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고려청자는 옥 빛깔을 모방한 청자의 디자인 개념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가장 그 목적을 잘 성취했던 도자기였던 것이다.
과연 옥색인지 고려청자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그윽한 푸른 기운을 가지고 있는 녹색 빛의 옥색과 유사한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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