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의 마술사 루이지 꼴라니의 힐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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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3-04-19 오전 9:55:30



순전히 형태만으로 사람들을 압도하기는 쉽지 않다. 그 자체로 추상예술인 음악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를 자유자재로 한다. 하지만 시각적인 예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음악처럼 쉽게 움직이기가 어렵다.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추상미술을 한다고 해도,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구체적 사물, 손에 잡히는 현실적인 물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형태만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런데 간혹 진짜로 사람을 홀리듯 압도하는 디자이너들을 만날 때가 있다. 산업디자이너 루이지 꼴라니(Luigi Colan)같은 디자이너가 그렇다.


루이지 꼴라니는 주로 비행기나 자동차, 오토바이 등 탈 것들을 주로 디자인하는 천재적인 디자이너이다.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산업 분야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약하는 토털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가 디자인했던 여성용 힐의 디자인을 보면 디자이너를 애초에 분야로 한정 짓는 것이 너무나 무의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주 종목 못지 않게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디자인한 힐을 보면 한 눈에 압도되는 느낌이 든다. 전혀 예상치 않은 힐의 모양이라서 독특한 심미적 체험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분야에서 쇼킹한 디자인으로 세간의 이목을 크게 끌었던 디자이너라 그런지 여성용 힐을 디자인하면서도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이미지의 힐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디자인 실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새로움만으로 충분히 우리의 오감을 흔들어 놓는다.


이 힐의 구조를 살펴보면 무게를 지탱해주는 굽이 뒤꿈치 부분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발바닥 안쪽 부분에 붙어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기존의 힐과는 매우 다른 실루엣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루엣의 차이가 가져다 주는 의외성은 힐의 디자인을 매우 힘차고 특이하게 만든다. 또 하나 살펴보아야 할 것은 발등 부분은 꽉 막고 있으면서도 발의 옆 부분에 많은 공간을 뚫어 놓아서 공간을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힐의 모양은 옆이 막혀있고, 발등을 완전히 개방해 놓고 있는데, 이 힐은 일반적인 구조와는 반대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이 힐은 힐이 아니라 보통의 신발을 뒤꿈치를 높여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옆을 뚫어 놓은 처리가 힐의 이미지를 매우 낯설게 하고 있다.


주목해 보아야 할 부분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힐의 조형적인 인상이다. 막히고 뚫린 리듬이 일반적인 힐과는 전혀 다르게 구성된 것, 발등으로부터 힐의 축에 이르기까지 한번에 이어지는 동세, 뚫어진 구멍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운동감을 형성하는 부분 등은 조형적인 인상을 매우 강렬하게 유도한다.


여성용 신발치고는 과하게 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강렬한 인상은 이 신발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 충분히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불러일으킬 만하며, 숭고하기까지 한 감정을 자아내게 한다. 단지 여성이 신고 다닐 수 있는 힐의 수준이 아니라, 강렬한 인상을 지닌 조각품으로서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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