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새로움에 목마른 디자이너들은 영감을 줄 것들을 찾아 역사, 지구, 과학, 사회 등 세상의 변화를 헤집고 다닌다. 모두와 똑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에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새롭게 발굴하는 것은 숙명이다.
그래서 패션 디자이너에게 영감의 원천은 전 세계 곳곳의 민속복식으로 귀결되곤 한다. 그들에게 시각적인 자극을 주기만 한다면 자국의 문화든, 타국의 전통이든 적용한다. 시각적인 자극, 이것이 문제이자 대안이다.
세계 4대 컬렉션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자주 접할 수 있는 나라의 전통복식을 지속적으로 재해석하게 된다.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하물며 아프리카까지 각 나라의 고유한 복식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전세계 사람들에게 선보여 진다.
한국인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것에서 때로 아쉬움을 느낀다. 극동아시아 3국 중 하나이면서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국가 규모나 경제, 서구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아 그러는 것일까 괜히 열등감이 생기기도 하고, 우리의 한복은 그들에게 영감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 조상들의 미감에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단어 저변에 깔려있는 무시무시한 사고의 틀이 된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서양의 제국주의적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함과 함께, 서구의 시각으로 본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로 정의된다. 결국 우리의 문화를 우리의 시각이 아닌 서양인의 시각에 맞추려고 하는 패배적인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의식 중에 우리의 전통문화의 후진성에 대해 끊임없이 자책하고 서구의 패션을 따라가기에 급급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어쨌거나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어떻게 전통 문화를 현대화하여 많은 사람들이 현재에도 누릴 수 있고, 여전히 살아있는 문화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시각적인 자극이 문제이자 대안이라고 말한 것이다. 시각적인 자극이란 결국 동시대인들이 갖고 싶도록 미적으로 뛰어나야 할 것이며, 이것이 전통의 현대화 제 1명제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 중에서 좋은 의미를 가진 것보다는 좋아 보이는 것을 골라야 한다. 전통적인 무늬나 그림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를 살펴보자. <사진 1>처럼 한눈에 일본의 무사도를 직접적으로 프린팅했음을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는 반면, <사진 2>처럼 대강 동양 어느 곳의 무늬 같음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사진 3>처럼 중국 전통 모자 같긴 하지만 복식사 연구가가 아닌 이상 그것이 어느 시대, 어느 신분의 사람이 쓰던 모자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무늬나 색의 원래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 원래의 것과 잘 어울리도록 색과 무늬를 재조합 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될 것이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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