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던 고려청자들 |
‘고려청자’라는 말이 우리들 입에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한 말이지만 사실 청자를 제대로 보고 고려청자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직접 고려청자를 보면 청색이 아니라는 것에 놀라게 된다.
고려청자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이야기 할 때 빠질 수 없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고려청자에 대해 누구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의 청자는 단지 한반도 안에서만 인정을 받았던 수준이 아니라 당시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중국으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던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고려청자 |
송나라 휘종이 파견한 사신 중 한 명이었던 서긍은 고려를 둘러본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그는 “(고려) 도자기의 빛깔이 푸른 것을 고려인은 비색이라고 하는데, 근년의 만듦새는 솜씨가 좋고 빛깔도 더욱 좋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역시 송나라의 태평노인은 북송 말기 중국 상류사회에서 회자 되던 천하제일의 10가지를 골라 비평한 수중금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 책에서 그는 중국의 청자를 제치고 “고려 비색청자가 천하제일의 하나”라고 했다.
고려의 유명한 학자 이규보는 고려청자의 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얼른거림은 푸른 옥의 빛이요, 영롱함은 수정의 모습이다. 치밀한 옥은 살결과 같고 손에 대이매 옥 살갗을 만지는 것만 같아라”
또 다른 고려의 학자 목은 이색은 “푸르게 빛나는 옥은 푸른 하늘에 비치네, 한번 보매 내 눈조차 맑아지는 것 같아라” 라고 하기도 했다.
이 정도만 봐도 고려청자는 이미 당대에 국내나 국외 모두에서 참으로 대단한 인정을 받았던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고려청자가 그렇게 당대 최고의 명품 대접을 받았던 이유의 중심에는 바로 색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고려청자를 직접 대하고 보면 바로 이 색 때문에 놀라게 된다.
우선 고려청자는 미술 사조에서 말하는 청색이 아니다. 시원하고 경쾌한 푸른색이기는커녕 녹색에 오히려 더 가까운 색이다. 그것도 순 녹색이 아니라 바랜 듯한 녹색이다. 이런 색을 청색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지금은 변모되었지만 여전히 서울 홍대의 중요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청기와 주유소나 청기와 예식장의 옛 모습을 살펴보면 국사보다는 미술에 손을 들어주었던 것 같다. 청기와의 색이 고려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정말 푸르디 푸른 코발트 블루계통의 기와를 얹어 놓았기 때문이다.
거기뿐 아니라 한국에서 청기와라고 얹어 놓은 대부분의 현대 건축들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코발트 블루색의 기와를 볼 수 있다. 국사보다는 미술을 더 선호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증이라는 부분에서는 완전히 틀렸다.
파란색이 아니었던 청기와 |
실제로 청기와는 전혀 청색을 더듬어 볼 수 없는 색으로 되어 있다. 사실은 매우 칙칙한 녹색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단지 색이 밝아서 그렇지 고려청자의 색은 일반적인 색감각으로 보더라도 맑고 깔끔한 색이기 보다는 이 색도 저 색도 아닌 것 같은 아주 이상한 색이다.
우유에 쑥을 탄 것 같다고나 할까? 이런 색을 왜 1000 여 년 전의 사람들은 색이 너무나 좋다고 아낌없이 칭찬을 했었던 것일까? 이렇게 보면 여태껏 좋게만 보려 했던 고려청자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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