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기품을 동시에 장착, BMW의 콘셉카 ‘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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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3-04-10 오후 4:27:29



자동차의 왕좌는 항상 벤츠가 차지하고 있었다. 견고한 몸체, 럭셔리한 형태,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벤츠는 우리에게 자동차의 최고 윗자리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자동차의 제왕은 노쇠한 사자처럼 기침을 콜록거리며 근육이 빠져나간 거대한 몸집만 겨우 부여잡고 있는 듯 하다.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일까. 항상 벤츠의 왕좌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 날렵한 근육질의 몸매만을 가다듬고 있던 BMW가 어느새 그 왕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상어 같은 얼굴을 가지고 매끈한 근육을 가진 젊은 사자가 이제 자동차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서는 정글의 법칙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정글에서는 가장 강한 생명체가 지배한다. 이는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그 강함이 새로운 매력의 외모를 통해 행사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벤츠가 기존의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 보전만 하고 있는 동안 BMW는 기존의 제왕을 순식간에 낡은 것으로 밀어내는 새로운 자동차의 매력을 시도해왔다. 때로는 실패하기도 했지만 게으른 제왕에 비해서 부지런히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충분히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 주었다.


성공은 실패 위에 꽃을 피우는 법. 벤츠가 고정된 이미지에 머물면서 성공의 단물에 젖어있는 동안 BMW는 많은 실패 위에 새롭고 강력한 매력들을 계속 누적시켰다. 그 결과 BMW는 기존의 이미지를 능가하는 새로운 자동차의 규범들을 구축하게 되었고, 어느새 다른 자동차의 디자인들을 선도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최근에 디자인된 콘셉카 i8은 그런 BMW의 노력이 거둔 커다란 쾌거가 아닐까 싶다.


성능은 별도로 하고, 이 자동차의 형태만 보면 그간 보아왔던 자동차의 모양을 완전히 불식시킬 정도로 압도적이다. 두 개의 콧구멍이 상어의 얼굴처럼 자동차의 인상을 강렬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기존의 자동차와 동일하다.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들은 모두 새롭고 파격적이다.


우선 자동차는 그 동안 공기 속을 빠르게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빈틈 없이 매끈하게 다듬어진 모습을 가져야만 했다. 하지만 이 자동차에서는 오히려 공기 역학적인 이유 때문에 움푹 파인 부분들이 많다.


차의 앞 트렁크까지 확장되어있는 전면 유리의 처리 역시 실험적이다. 덕분에 자동차는 앞부분에서부터 매우 강렬한 동세를 얻게 되었고, 아울러 강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차의 이미지도 얻고 있다.


자동차의 앞부분에서부터 차의 뒷부분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몸체 전체를 감싸며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면서 흐르고 있는 복잡한 곡면들의 교향곡도 지켜볼 만하다. 기존의 BMW나 벤츠, 아우디 등의 자동차들이 거의가 단순한 곡면의 동세만으로 형태를 구성해갔던 것에 비해 이 i8에는 독일 특유의 단순한 조형적 경향들을 찾아 볼 수 없다. 기존의 디자인 경향을 완전히 위배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얻는 것은 복잡한 동세들이 겹치면서 만들어내는 강한 인상이다. 짧게 혹은 길게 휘어지면서 흐르는 수많은 곡면들이 서로 합쳐지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면서 넝쿨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일견 불규칙해 보이는 것 같은 곡면들은, 심플하게 다듬어져서 한 눈에 모든 조형적 사태들이 이해되는 그런 형태들 보다는 훨씬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이제 BMW는 자동차가 아니라 생명체를 만들려는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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