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2012 F/W 후세인살라얀 ② 2012 F/W 프링글 ③ 2013 S/S 카르벵 ④ 2012 F/W 질샌더 ⑤ 2012 F/W 후세인살라얀 |
최근 패션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흐름이 이번 2013 S/S 컬렉션을 기점으로 그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예컨대 치마 중간에 어딘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버릴 것 같은 오목한 골이 생긴다던지, 속에 입은 옷과 겉옷, 또는 옷의 앞면과 뒷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서로가 어떤 관계를 맺은 것처럼 보이는 옷들이 여기저기서 선보여 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등장한 아르누보 양식도 종종 유기적인 디자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아르누보의 양식이 식물이나 곤충 등의 형태적 모방에 그쳤다면, 최근의 유기적 디자인 경향은 유기체의 구조를 재현하려 한다. 한 차원 높은 접근 방식이다.
그런데 패션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유기적인 디자인은 건축에서 영향을 받았다. 대개 건축의 변화를 읽으면 패션의 내일을 짐작할 수 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건축이 20여년 후 패션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로도 그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패션에서는 유기적 패션에 대한 정의가 이제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유기적 건축은 이미 100여년 전부터 건축의 한 흐름을 형성해 왔다.
유기적 건축은 유기적인 생동감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능주의 또는 기하학적 경향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건축이란 그 구성요소들이 생생하고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는 조화로운 전체라는 것이다. 건축물과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인간의 유기적인 생활을 반영하는 질적 건축을 추구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현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대표적으로, 그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유기적 건축’의 기수였다.
그의 대표작인 낙수장은 물이 집 아래로 흐르도록 디자인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까이서 느낄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이러한 콘셉은 여러 건축가에 의해 다양한 건축물로 시도되어 최근에는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같은 형태로까지 발전되었다.
이렇게 자연 그 자체, 또는 주위 환경과의 공생을 목표로 하는 경우, 건축의 내부와 외부 공간의 유기적인 관계성에 집중하는 경우, 자연의 형태를 모방하는 경우 등 다양한 방향으로 ‘유기적’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컬렉션에 나타나는 유기적 패션의 경향은 내부와 외부 공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구조적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겉과 안의 층이 형성 되면서 명암이 생기고 그에 따라 깊이가 표현되기도 한다.
색을 제한하여 같은 앞면이라도 다양한 면과 각도로 이뤄진 복잡한 느낌을 줄 수도 있고, 소매와 주머니 부분을 같은 색으로 하여 간단하지만 시각적으로 유기적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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