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본존불의 완벽한 모습 |
종교적 관점을 떠나 불상을 조각으로 대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온다.
단지 숭배의 대상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없는 완벽한 이상적 모습을 실현하려고 한 조상들의 피땀어린 예술성이 손에 잡힐 듯하기 때문이다.
석굴암의 한 가운데에 앉아 있는 본존불을 직접 대면해보면 다른 어떤 불상들보다도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본래부터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연은 아니다.
불상은 종교를 위해 만들어진 인간의 피조물이다. 사람이 만든 형상인 것이다.
동시에 불상은 인간이 숭배하는 대상이다. 여기에 불상을 만드는 데에 요구되는 어려움과 묘미가 자리하게 된다.
불상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이 만들어야 하는 형상이지만 사람이 만든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초월적으로 보여야 한다. 하지만 만드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모순적 과제가 얼마나 풀기 어려운 숙제인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있는 수많은 불상들 중에서는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거친 스타일에서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 않는 중국 윈깡 석굴의 불상 |
룽먼 석굴의 당나라 불상 |
가령 중국 윈깡 석굴의 불상을 보면 거대하기는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거칠게 남아있어서 경배의 대상으로서는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당나라에 들어와서 만들어진 용문석굴의 불상을 보면 불상으로서의 완성도가 제법 높고, 앞에서 경배를 올려도 될만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형적인 중국의 미남형의 얼굴에서 멈추어 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초월적인 존재로는 미흡해 보인다. 아직은 세속적인 아름다움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완벽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그리스의 조각들 |
그리스 시대의 조각들도 똑같은 미학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접근방식은 달랐어도 희랍시대의 조각가들 역시 거친 돌덩어리 안에 완벽한 존재를 실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큰 성공작들을 만들었다. 밀로의 비너스나 아폴로 상 같은 조각들을 보면 인간은 닮긴 했지만 이 세상에서는 전혀 찾아 낼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형상은 비록 같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동반한 절대적 존재로 다가온다.
과도한 인상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일본 동대사의 금강역사 |
일본의 불상들은 형상의 완성도에서 빚어지는 그런 완벽함, 초월함을 오히려 피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대신 과장된 모습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과도한 긴장감과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불상의 디자인이 가져야 할 덕목들에 비추어 보면 그 한계를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다시 경주, 토함산의 석굴암 본존불을 살펴보면 입자가 굵은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거친 모양의 불상이 얼마나 초월적인지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다.
신비함이 그윽한 석굴암 본존불은 이 세상에 있는 것 같지 않은 영원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종교에 부속된 하나의 조각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벗어난 초월자의 모습을 읽게 된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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