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를 의자로 옮긴 게리트 리트펠트, 레드&블루 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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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3-04-04 오후 10:45:00



의자는 의자다워야 할 것이다. 앉기에 편해야 하고, 아름다우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선입견으로 만들어 버리는 의자도 있다. 희한하게 생긴 게리 리트펠트의 레드&블루 체어(Red and Blue Chair)가 그렇다.


인체의 곡선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의자의 모양을 보면 애초부터 앉는 기능은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딱딱한 판자들이 붙어있는 각도는 척추의 편안함을 계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의자에 오래 앉아 있었다가는 척추와 근육이 자유곡선을 이루고 있는 모양에 무리를 줄 것처럼 불편해 보인다. 뒤통수에 가해지는 평평한 판자의 압박도 두개골 뒷면에 통증을 안겨줄 공산이 클 것이다. 이 정도면 의자로서 갖추어야 할 거의 모든 것을 갖추지 않은 물건. 차라리 의자를 닮은 물건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의자가 20세기 초반을 장식하는 디자인의 역사에 있어서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일까? 의자를 의자로 보지말고 하나의 형태로서 접근해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불편함은 별개로 하고, 빨간색과 노란색, 파란색이 검정색과 흰색을 바탕으로 해서 어울린 의자의 형태를 지긋이 살펴보도록 하자. 어디선가 한 번은 본 듯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회화의 한 획을 그었던 몬드리안의 그림이 단박에 떠오른다. 수평선, 수직선, 3원색, 검정색, 흰색만으로 현대 조형과 회화의 새장을 열었던 몬드리안의 바둑판 무늬 그림은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그 그림을 이루고 있던 모든 조형적 요소들이 이 의자에도 그대로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몬드리안의 독특한 그림과 이 의자의 디자인 속에는 혈연적 유사성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산업 디자이너 게리트 리트펠트는 20세기 초, 현대 회화의 거장 몬드리안과 신조형 운동이란 것을 했었다. 지금이야 이런 기하학적 형태와 3원색을 가진 디자인이 낯설지 않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어디서 나 볼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광학이 발전하면서 색채의 원리가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본질을 표현하고자 하는 추상미술의 길이 열리지 않았던 시절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형태였다.


20세기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회화에서 먼저 이런 독특한 조형의 발걸음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몬드리안은 자기의 그림에다 자신의 주관이 아니라 조형의 본질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서 수평, 수직선과 기본 색채로 이루어진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조형적 본질로 가득찬 몬드리안의 그림은 단박에 현대 미술의 큰 획을 긋게 되었으며, 이런 스타일은 현대 미술의 한 전형을 이루게 되었다.


게리트 리트펠트는 몬드리안이 창안한 새로운 조형적 접근을 평면을 넘어서서 입체에 표현하는 시도를 많이 하게 된다. 리트펠트의 이 의자는 바로 그런 현대 조형의 원리를 3차원으로 번안했던 시도의 일환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의자가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의자는 바로 몬드리안의 최신 조형원리의 입체적 변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의자는 의자라기 보다는 회화적 이미지에 의자를 강제로(?) 집어 넣은 혐의가 짙어 보였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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