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스트라이프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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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9 오후 3:01:52



백색의 종이 위에 긴 줄 하나를 긋는다.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시각은 이 줄이 하얀 도화지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 하얀 바탕 위에 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시지각이 단순성과 계속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하얀 쪽의 바탕이 검은 줄로 인해 쪼개지는 것이 아니라 쭉 연속적으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덜 복잡하고 간단하게 인식 된다는 것이다.


마크 제이콥스의 2013 S/S 컬렉션 <사진 1>이 좋은 예시이다. 하얀 쪽은 바탕이자 배경으로, 검은 줄무늬는 그 배경 위에 떠있는 도형으로 인식된다. 이는 표면 패턴이 단순 구조를 가질 때 2차원적이기 보다 좀 더 3차원적으로 보이게 되는 원리이다.


그런데 스트라이프가 패턴이 되면 좀 문제가 생긴다. 특히 두 가지의 색이 거의 비슷한 간격의 너비로 보일 때(실제로 같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줄 무늬와 배경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면에 평평하게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2차원의 평면으로 보이는 스트라이프 무늬로는 깊이감을 표현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사진 2>에서 보이는 같은 블랙 앤 화이트의 스트라이프 옷의 깊이가 달리 보이는 것은 왜일까? <사진 3>이 더 생동감이 느껴지고 깊이가 느껴지는 것일까? 이는 줄무늬가 사선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조형적인 측면에서 가로줄, 세로줄에 비해 사선은 약간의 각도만 생겨도 훨씬 동세가 생긴다. 그 줄이 반복되어 나타났을 때 그 동세로 인해 더욱 생기가 생긴다. 이렇게 간단하게 평면으로 운동감과 깊이를 표현할 수 있다니, 재미있고 놀랍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사진 3>의 비밀은 사실 스트라이프가 프린팅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요철이 있는 주름천이라는데 있다. 오목한 부분과 볼록한 부분에 따라 검정과 흰색의 줄무늬를 넣었는데, 이것이 옷에 더욱 진한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즉, 겨드랑이의 겹쳐진 부분과 치마에 생기는 주름에 하얀 선은 접혀 들어가고 검정 선은 모아져서 검정의 면적을 만들어 내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대비를 강하게 만들어 더욱 입체감 있게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주름으로 서양 패션을 주름잡은 이세이 미야케의 힘이다. 지금은 3세대 디자이너 ‘요시유키 미야마에’가 브랜드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세이 미야케는 끊임없이 주름 기법을 개발해 내어 동양 옷의 평면성이라는 특징을 현대적으로 승화한 브랜드이다. 


과거의 이세이 미야케가 주름진 천의 특징을 잘 살려 사람의 육체를 조각 작품처럼 보이는 옷으로 그 정체성을 만들어 갔다면 지금은 평면의 천에 어떻게 입체감을 부여할 것인지 실험하고 있는 듯 하다.
<사진 4>의 주름이 그렇다. 멀리서는 파랑과 하양이 어른어른해 보이는 줄무늬인 줄 알았더니, 가까이 보니 작은 사각형들이 올록볼록하게 솟아난 주름이다. 이 주름이 몸의 굴곡에 따라 넓게 펴지기도, 줄어들기도, 그리고 인공적인 압력에 의해 어그러져 마치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무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평면적인 무늬만으로는 받을 수 없는 감동이 느껴진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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