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에 담긴 로마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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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자인 기행 - 로마를 대표하는 돔 구조 눈길

2013-03-29 오후 2:58:35

① 둥근 천정을 가지고 있는 석굴암

한반도 남부 외진 산골짜기에 로마 문화의 정수가 담겼다고 어느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로마의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건축이며, 로마 건축의 대표는 돔이다. 경주 석굴암 천정에는 로마 건축을 대표하는 돔이 들어있다.


종교와 관련된 조형예술들은 대체로 정해진 종교적 관습이나 교리적 법칙에 따르는 경향이 짙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예술에는 급작스런 양식적 변화나 뜬금없는 스타일이 갑자기 만들어지기가 어렵다. 대체로 오랜 시간 동안 매우 보수적으로 양식들이 변화한다. 건축물이라면 더욱더 도상학적 규칙을 벗어 던지기가 어렵다. 기술의 문제도 크기 때문이다.


석굴암을 불교건축으로 대하고 보면 얼마나 실행하기 어려운 파격적 양식을 실현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석굴암의 구조를 보면 인도에서 시작된 석굴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처님의 머리 위를 감싸고 있는 둥근 천정이다.


불교 건축물 중에서 천정을 이렇게 둥글게 만든 것은 석굴암 이전에도 이후에도 찾아볼 수 없다. 엄격한 수학적 비례로 디자인된 불교 예술도 찾기 어렵지만 둥근 돔을 머리에 이고 있는 불교 구조물 역시 세계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둥근 천정은 신라인들이 완전히 새롭게 발명한 구조일까? 그렇다면 석굴암 이전에 이런 구조물에 대한 실험들이 먼저 시행되었을 것이고, 이후에도 유사한 유형의 구조물들이 신라에 많이 만들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증거들은 국내, 국외 어디에도 없다. 말하자면 신라 사람들은 백지상태에서 이런 건축구조물을 완벽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한국 역사에서 이처럼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스타일을 갑자기 디자인했던 경우는 찾아 볼 수 없다. 문화라는 것이 다 그렇듯 외부로부터 어떠한 영향이 미치게 되면 거기서부터 점진적으로 발전을 이룬다. 그런 점에서 석굴암의 뜬금없는 창조력 뒤에는 반드시 어떤 원인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불교라는 테두리와 지역을 좀 더 확대 해보면 어렵지 않게 그 원천을 짐작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둥근 천정구조물은 바로 로마시대 건축의 대표적인 공법이자 양식이었다. 기둥 없는 거대한 실내공간을 가능하게 한 돔 구조는 로마제국의 힘과 문화적 수준을 상징했다. 이 로마시대의 돔 구조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로마 판테온 신전이다.


판테온 신전이 만들어진 것은 115년에서 125년 동안이었고, 석굴암이 만들어진 것은 8세기 중엽에서 약 25년 동안이었으니, 500여년 이상 시간의 격차가 난다. 판테온 말고 돔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물은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이다.


이 성당이 지어진 것은 6세기 전반기여서 석굴암과는 약 2세기에서 2세기 반 정도의 시간차를 보인다. 신라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다. 동로마에서 축출된 네스토리우스교파가 중국에까지 와서 자리를 잡은 사실을 생각하면 로마의 돔 양식이 통일신라에 전파된 것이 물리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불교의 건축에서는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실험을 어떻게 단번에 실현했으며, 어떻게 그처럼 완벽한 디자인을 만들어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튼 석굴암은 불교 건축의 역사에서도 매우 독특한 실험이었으며, 로마 문명의 정수를 통일신라의 문명에 초대했던 엄청난 문화교류의 산물이었다. 무려 1200여년 전에 이 한반도 땅 한자락에서 종교와 문화와, 거리를 초월한 장대한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서양에서 돔이 부활한 것은 15세기 르네상스 때에 와서였다.


②, ③ 거대한 실내공간을 만들고 있는 판테온 신전

④, ⑤ 돔 구조의 백미를 보여주고 있는 동로마의 성 소피아 성당

⑥ 부르넬레스키가 설계한 피렌체 대성당의 돔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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