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아이템이 안 그런 것이 있겠는가 만은, 의자는 참으로 희한한 구석이 있는 물건이다. 사람이 앉는 단순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는 틀림없다. 여기서 ‘앉는다’라는 간단한 행위를 담아내는 의자의 방식은 너무나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진다.
도저히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을 것 같이 많은 디자인의 의자들이 있건만, 지금도 새로운 의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디자인을 고안하는 디자이너들도 놀랍지만, 이렇게 디자인이 나오고 있는 의자라는 장르 자체도 참 매력적이고 대단하다. 사람의 몸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처럼 다양한 변화들을 이끌어 내는지 마치 마르지 않은 샘을 보는 것 같다. 사람의 몸과 접촉면이 거의 없는 장롱이나 테이블 같은 아이템들이 의자보다 형태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의자의 가치를 더욱 새롭게 가슴에 새기게 된다.
론 아라드와 같은 디자이너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의자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흥미진진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의자의 가능성을 모세혈관까지 파고들어 확장시키는 그의 솜씨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재미있다. 론 아라드의 리플 체어(Ripple Chair)는 기존의 의자에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색다른 가치를 한껏 안겨주고 있다. 앉기에 편한 의자의 본분을 잃어 버리지 않으면서도 의자의 한계를 벗어난 형태의 자유를 한껏 구사하고 있다.
이 의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등받이와 바닥이 하나로 이루어져있으면서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해서 돌고 있는 의자의 몸체이다. 무한히 돌아가는 뫼비우스의 띠를 모티브로 해서 형상화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의미를 가진 평면적인 모습이 사람의 몸을 편안하게 감싸는 의자로서의 형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감수성을 매우 강렬하게 흔들어 놓는다.
리플 체어는 무한히 돌아가고 있는 상징적인 형상으로 먼저 우리에게 다가온다. 일부러 가느다란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의 다리 네 개를 있는 듯 없는 듯 달아 놓은 것도 그런 상징성에 시각적인 방해를 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골들을 만들어 많은 가닥의 선들이 모여서 8자로 휘어져 돌아가고 있는 듯한 모양으로 디자인한 것은 돌고 도는 느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8자로 휘어 돌아가는 골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들어내는 조형적 효과는 이 의자의 형태가 단지 뫼비우스 띠를 응용했다는 상징성에만 머물지 않게 한다. 의자 가운데 부분의 조형 효과는 매우 인상적이다. 여러 골들이 교차하면서 자아내는 조형적인 효과는 이 의자의 모양을 매우 환상적이고, 고급스럽게 만들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공산품이라는 느낌을 완전히 없애는 처리이다. 이러한 부분들에서 론 아라드의 격조 높은 디자인 감각을 감상하게 된다. 어설픈 기하학적 처리나 화려한 장식이 아닌, 오직 추상적인 처리로 의자 전체의 조형적 인상을 매우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8차로 교차되는 형태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양쪽의 구멍은 이 의자의 시각적 무게감을 대폭 줄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냥 보면 곡선이 아름다운 단지 하나의 의자로만 보일 수 있지만 이 하나의 의자에 담긴 론 아라드의 의도는 한 둘이 아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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