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해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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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오전 11:05:37


패션에서의 해체주의는 두 가지 경향을 나타낸다. 하나는 진짜로 옷의 형태를 해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념을 해체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개념이 해체되지 않으면 형태의 해체도 일어나지 않는다. 개념이 해체되어야 옷의 패턴을 해체하거나, 일부러 찢어지고 구멍난 옷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개념의 해체’란 무슨 뜻일까?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념을 해체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사회 현상의 변화에 따라 문화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시대를 관통하는 미감(美感)도 형성된다. 예를 들어 2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에는 사회적으로 여성의 노동력이 필요해지자 ‘실용성’이 여성복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 ‘유틸리티 룩’이 한 시대를 관통하게 되었다. 이 억눌려 있던 여성성은 크리스찬 디올의 ‘뉴 룩’을 기점으로 ‘여성적 우아함’을 폭발시키며 전후(戰後) 패션을 대표하게 된다.



1960년대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10~20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어느 시대나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에 반항하는 기질이 있게 마련인데, 이 세대는 특히 그 인구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이들은 68혁명을 통해 기성세대의 권위에 반항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모더니즘에 반발하며 포스트모더니즘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그들은 깰 수 없을 것 같은 기성세대의 틀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1970년대의 패션은 다양한 문화에서 영향을 받아 새로운 스타일로 자신만의 ‘세련된 개성’을 집중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패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불릴만한 경향이 나타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복잡 다단했던 1960~70년대에 청년기를 거치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한 패션 디자이너들의 잠재력이 이 시기에 폭발되었기 때문이다. 샤넬에 칼 라거펠트가 들어가면서 샤넬의 유산들을 현대화하면서 고귀한 샤넬의 이미지에 하위 문화를 접목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고,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부드러운 어깨를 가진 남성용 재킷과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권위를 부여한 여성용 재킷으로 성 역할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백인 중산층 남성 지식인, 다른 말로 여피족의 시각에 대항하는 또 다른 서양인들의 시각일 뿐이었다. 물질 풍요의 시대인 1980년대 파리 패션계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며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핵폭탄급의 충격은 일본에서 온 디자이너들이었다. 찢어지고 해지고 그들이 보기에 추레해 보이는 옷을 패션쇼 무대에 올린 것이다.



1982년 파리 데뷔 패션쇼에서부터 지금까지 레이 가와쿠보는 동양적 복식의 개념인 평면성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 펠트로 만들어진 몸보다 훨씬 큰 옷들이나, 온 몸을 꽃무늬 벽지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놓은 옷은 사진으로 옮겨지면서 2차원적 이미지가 더욱 살아났다. 결국 꼼 데 가르송의 이번 패션쇼의 코드도 ‘평면성’이었다.


컬렉션마다 늘 새로운 소재와 의복 형태를 창조했던 가와쿠보는 일본 전통 복식에 뿌리를 둔 평면적 의복을 바탕으로 옷은 몸에 잘 맞아야 한다는 서구 미학의 원칙을 해체하며, 파괴적인 이미지를 제시하는 옷을 만들었다. 이러한 기존 개념의 해체가 패션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 패션계의 해체주의인 것이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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