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문화의 특징은 소박함이 아니라 자연의 실현이다. 이는 21세기를 비추는 화두이다.
우리의 휘어진 도자기를 그동안 많은 사람들, 심지어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까지도 ‘소박하다’, ‘자연스럽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설명은 한국 문화의 진면목을 설명하지도 못할 뿐더러, 한국 문화의 정교하고도 탁월한 철학적 내용을 오히려 가려 버리는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다.
얼핏 보기에 ‘소박하고 자연스럽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피카소의 그림이나 클레, 칸딘스키 등 추상미술작가들의 작품들도 다 자연스럽고 소박하다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림의 내용을 강조하다 보니 일부러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의 문화를 소박하다고 말하는 저변에는 ‘서양의 추상 미술과 같은 고도의 정신성이 담겨 있을 리가 없다’고 하는 선입견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것은 선입견에 불과하며 사실과도 맞지 않다. 왜냐하면 박물관에 자리잡고 있는 조선 시대의 도자기 정도면, 그저 장인들 마음대로 만들어서 납품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드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미감을 정해 버리는, 그것도 예쁘지도, 기능적이지도 않게 막 만들어 보급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 게다가 조선 시대는 그 어느 시대 보다도 문화의 정신성과 체계적인 사회 질서를 가지고 있었다. 조선 시대의 조형예술들이 이렇게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은 당대의 정신을 제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특히 좌우가 대칭적이지 않은 조선후기의 도자기들은 소박(?)한 수준의 접근을 한 결과가 아니었다. 이것은 자연의 속성을 매우 적극적이고, 추상적으로 표출하려는 철학적 견해와 뛰어난 미학적 의도에서 나온 결과였다. 도자기만 보더라도 좌우대칭으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하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런 류의 접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비대칭의 시도들은 단지 도자기에서만 나타났던 것이 아니라, 건축이나 서예 등 여러 문화 영역에서 골고루 목격된다.
병산서원의 계단이나 서까래, 기둥 등의 부재들을 보면 나무의 원래 모양을 거의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지어져 있으며, 추사가 쓴 글씨는 외곽선이 반듯하지 않게 일부러 거칠게 쓴 흔적이 역력하다.

휘어진 나무로 집을 짓는 것과 반듯하게 다듬어진 나무로 집을 짓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그리고 글씨를 반듯하게 쓰는 것과 다듬어지지 않게 쓰면서도 잘 쓰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어려울까?

소박하고, 자연스럽다는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이렇게 어려운 길을 선택했던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공물에 자연을 확립해야 한다는 문화적 이유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향은 단지 형식에만 국한되는 스타일이 아니라, 정확한 자연관에서 비롯된 결과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접근은 21세기에 새롭게 대두되는 문화적 경향과 일치하는 것이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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