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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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SHOW!

2013-02-28 오후 10:07:50

패션을 좀 논한다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지만 사람마다 좀 모호하게 사용하며 명확하게 정의되지 못하는 단어 중 하나가 ‘해체주의’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에는 역사적으로 나타났던 사상적 조류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정리 해보자. 서양의 역사적인 큰 특징은 이성과 감성이라는 두 사상적 조류가 번갈아 가며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신으로 우주와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이집트, 고대 그리스의 감성적 시대가 지나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등장으로 연역적 사고를 하는 틀이 만들어 졌다. 차곡차곡 쌓인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사실을 유추해 낼 수 있는 이성이 깨어난 것이다. 그러나 종교가 세상을 보는 틀이 되면서 유럽의 중세는 ‘신의 섭리’라고 하면 무엇이든 해결되며 교회의 권위에 짓눌려 인간의 이성적 사고가 불가능한 시대가 변했다.


암흑기라 불렸던 중세가 지나가고 ‘르네상스’가 도래하면서 다시 인간의 이성적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계몽주의와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신을 대체하는 모더니즘의 시대가 되었다. 모더니즘이란 넓은 의미로는 교회의 권위 또는 봉건성을 비판하며 과학이나 합리성을 중시하고 널리 근대화를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과학의 발달로 병을 고쳐 사람을 살려내고, 기계의 발달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사람들의 삶의 질을 점차 향상시켰다. 그러나 끝없이 발전할 것만 같았던 세상은 극단적인 합리주의의 폭주로 자연파괴, 인간소외, 세계대전, 핵개발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무엇보다 인간의 자유를 위해 발전한 이성적 사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권력, 관습이 되면서 오히려 인간을 속박하게 된다.


그래서 마침내 등장한 것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포스트모더니즘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모더니즘, 즉 이성주의에 대한 반발, 기존의 권위에 대한 모든 것들의 반발이다. 그 권위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 일수도, 또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나 물건의 형태가 될 수 있다.


패션 디자인에서도 이렇게 기존의 패션에 대한 의구심, 회의, 반발 등의 사고를 거쳐 새롭게 제안되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 패션이다. 그 중의 한 형태가 기존 옷을 해체를 하는 것이며, 이런 방식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패션 디자이너를 해체주의 디자이너로 분류한다. 그런데 옷을 해체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옷을 구성하는 패턴을 해체하여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옷의 개념 자체를 해체시키는 것이다.



사진 ①은 준야 와타나베의 2012 F/W 컬렉션이다. 얼핏 보면 핀스트라이프의 회색 정장을 입은 모습이다. 재킷과 바지 사이에 원피스 같은 아이템을 레이어링해 입었는데 뒷모습은 바지 두 벌을 겹쳐 입은 듯 보인다. 앞은 치마인데 뒤는 바지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사진 ③은 재킷 아래로 바지 패턴이 붙어 있으며 뒤쪽의 모습은 바지 패턴이 겹쳐진 랩스커트 같은 모습이다. 단추 구멍이 있는 것으로 봐서 가랑이 안쪽에 단추가 있다면 사진 ①의 구조도 가능할 것 같다. 이렇게 해체주의의 옷은 재봉선이나 안쪽의 구조가 드러나는 특징을 갖는다.


해체주의의 옷은 결과적으로 이렇게 실험적인 형태로 가시화 된다.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의 큰 흐름을 관조할 수 있을 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새로움은 관습과 전통을 맹목적으로 답습하지 않고 이를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 볼 때 생겨난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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