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변화에 따른 세계관의 변화
가+
가-
한국 디자인 기행 - 유사한 목표를 향한 동서양의 현대 문화

2013-03-04 오전 9:16:25


비대칭을 추구하는 최근의 디자인 추세 뒤에는 기계 문명을 비판하고 자연으로 향하는 가치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합리성을 추구한 서양의 근대문명은 기하학적 조형질서와 기계적 이미지로 구체화되었다. 디자인에서도 일체의 어긋남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기하학적 형태들이 ‘조형의 본질’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약 100년 동안 군림했다. 이에 비하면 똑바른 기하학적 형태나 기능적인 형태를 벗어난 최근의 디자인들은 거의 혁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서양의 조형 역사를 살펴보면 불규칙한 조형들이 자리잡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장식적이지 않거나 수학적이지 않은 불규칙한 형태들은 서양 문화권 내에서는 존재할 공간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바뀐 변화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앞섰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현상의 배후에는 서양 문화에서 줄곧 ‘인간’의 반대편에 서 있었던 ‘자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계적 세계관에 대한 문제의식은 곧바로 자연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고, 그것이 21세기의 문화적 변화를 초래했던 것이다.



기계적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은 그저 ‘자원’일 뿐이었다. 이제 자연에 대한 인식은 때묻지 않아 순수하고, 편안한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자연관의 변화가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면서 불규칙한 조형적 질서를 적극적으로 담으려고 하는 ‘색다른’ 디자인 경향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토르트 본체의 조명 디자인을 보면 그런 접근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자연물의 모양을 단지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자연의 불규칙한 조형원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자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에서 본 패트릭 주앙의 의자나, 용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자하 하디드의 커피 세트는 자연의 불확실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현재 서양 디자인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규칙한 모습은 자연의 불규칙함을 자연의 속성으로 이해하고, 인공성을 제한하면서 자연의 속성을 한껏 표출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조선 후기의 조형 문화와 그대로 일치한다.


이 결과는 단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문화의 목표가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수 백년의 시간차를 넘어 세계의 현대 문화와 조선 후기의 문화는 근본적으로 유사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이런 우리의 문화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소박하다’, ‘자연스럽다’고 말했지만, 비대칭적 형태의 조선 후기 달항아리는 소박한 수준의 접근을 뛰어넘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자연의 속성을 매우 적극적이고, 추상적으로 표출하려는 철학적 견해와 뛰어난 미학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자연의 불규칙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비대칭으로 만든 달항아리는 자연의 속성에 대한 이해를 매우 추상적으로 나타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증거는 도자기는 좌우대칭 형태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하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런 류의 접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들은 단지 도자기에서만 나타났던 것이 아니라 건축, 서예 등 여러 문화 영역에서 골고루 발견된다. 또한 형식을 초월하여 정확한 자연관에서 비롯된 결과였다는 증거이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