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사진작가 RICHARD AVEDON (1923∼2004)
20세기 패션 사진은 리차드 아베돈 이전과 이후의 두 시기로 나뉜다고, 박식한 사람들은 말한다. 그의 흑백 인물사진은 오브제를 특별한 존재가 아닌 일반적인 시각으로 풀어낸다. 지난 1일 사망한 위대한 사진작가 故 리차드 아베돈을 회상해 본다.
“나는 ‘없음(No)’에 대해 잘 이해해 왔다. 아름다운 조명도 없고, 명백한 구성도 없으며, 포즈나 이야기의 유혹도 없다. 그리고 이러한 ‘없음’의 가치는 나에게 ‘있음(Yes)’을 선사했다. 나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하얀 배경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사람들과 작업하고 결과물을 얻는다.”
강렬한 흑백 인물사진으로 패션 사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던 사진작가 리차드 아베돈. 그가 지난 1일, 8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는 최근 수개월 동안 《뉴요커(New Yorker)》 매거진에서 ‘민주주의(Democracy)’라는 타이틀로 작업을 해왔다. 《뉴요커》 매거진에서 한 가장 최근 작업은 이탈리아 아티스트 마우리지오 카타란과의 작업이었다. 그 전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의 부인, 테레사 헤인즈 케리와 작업했다.
리차드 아베돈은 1923년 뉴욕에서 태어나 아버지에게 버림받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런 환경을 딛고 1944년, 《하퍼스 바자》에서 24년 간 미술부장을 지낸 알렉세이 브로도비치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인 1945년부터 1965년까지 다이애나 브릴랜드, 카멜 스노우와 함께 《하퍼스 바자》의 포토그래퍼로 일했다. 《보그》로 자리를 옮긴 1966년부터 1990년까지 그는 자신의 독보적인 사진세계를 일구어냈다.
리차드 아베돈은 패션 사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패션 사진가로 만족하지 못하고 작가로서 유명해지고 싶어했다.
1959년에 《관찰(Observation)》, 1964년 《너씽 퍼스널(Nothing Personal)》, 1976년 《자화상(Portraits)》, 1985년 《인 더 아메리칸 웨스트(In The American West)》, 2001년에 《메이드 인 프랑스(Made in France)》 등의 사진집을 만들어냈다.
그 중 그를 작가의 반열에 오르도록 한 것은 《자화상》이다.
단순하고 기교적이지 않은 촬영방식을 동원하여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 《자화상》은 인간의 죽음이라는 모습을 시간의 흐름을 따라 표현했다. 그러한 공통 분모 속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 군상의 모습을 표현해 낸 그의 작업은 그를 작가의 반열에 올리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는 갤러리와 박물관 전시회에서 큰 스케일의 인쇄물을 사용한 최초의 사진작가였다. 그의 작품은 관람객보다 더 거대했다. 아주 독특한 뒷이야기도 전해진다. 전시회에 걸린 액자를 거는 못이 아베돈의 마음에 들지 않아 4시간 이상 걸려 다른 주까지 찾아가 마음에 드는 못을 골라 사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의 일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는 또한 1957년, 오드리 헵번이 출연했던 영화 <퍼니 페이스>에서 비주얼 컨설턴트로 활약한 바 있다.
그는 오랫동안 그만의 퍼스낼러티가 확실한 모델, 배우, 음악인들의 흑백사진으로 명성을 얻어왔다.
그가 명성을 얻는 데 기여한 흑백 인물사진은 피사체를 개인적 시각과 일반인의 감정으로 표현해 낸 것이었다. 마릴린 먼로, 찰리 채플린, 브리지트 바르도, 까뜨린느 드뇌브, 티나 터너, 아이젠하워 대통령 같은 20세기 아이콘이 그의 앞에서 포즈를 취했으며 그들은 아베돈에게 그들의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보이도록 부탁했다.
“내 사진은 모두 나에 대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인물사진을 찍을 때 그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자기에 대한 어떤 것을 말해주길 원하기 때문에 포즈를 취한다.”
어빙 팬은, “나는 그를 경외한다. 안목과 중대함에 있어서 그는 패션 사진가 중 가장 위대하다. 그는 하나의 진동계 같다”라고 말했다. 1978년 뉴스위크지가 그의 유일한 라이벌로 언급했던 어빙 팬은 리차드 아베돈을 시대의 가장 권위 있는 사진작가로 기억했다.
어빙 팬과 같이 우리도 리차드 아베돈을 그렇게 기억할 것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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