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다시 빙하기가 찾아오려는 것인지, 전에 없던 한파로 추위가 매섭다. 이번 겨울 모피 제품의 유행은 이러한 날씨와도 적잖은 관련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디자인과 제품이 다양화 된 점이 젊은 층에게까지 모피 제품이 확산 된 계기가 되었다.
사실 모피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꾸준히 있었다. 근대의 신여성, 즉 1920년대의 여성들에게도 여우 목도리는 사회적 사치품으로 지탄받으면서도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1983년대의 신문자료에는 혼수로 고민하는 예비 며느리들 사이에서 ‘시어머니의 밍크 코트와 시누이의 여우 목도리’라는 단어가 유행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추위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 낸 겨울 제품은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기계로 직조하는 천과는 달리 천연 털들은 살아있는 동물에서 채취해야 하며, 윤기와 색이 아름다울수록 희소성이 높아지고, 가공해서 제품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숙련된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결과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과거에는 모피 소재 자체만으로 부유함을 과시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땅에 끌릴 정도로 길고 부피가 큰 밍크 코트가 유행이었다면, 최근에는 특이한 소재와 디자인, 희소성 있는 색상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트렌드를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 것이 펜디와 칼 라거펠트이다.
펜디는 모피와 가죽이라는 특수 소재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로마에서 1925년 소규모 가죽 공방으로 시작된 브랜드인 펜디는 제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가방에서 모피 의류로 그 영역을 점차 확장했다. 그 과정에서 파리에서 이름을 떨치던 스타일리스트 칼 라거펠트를 영입해 새로운 모피 패션을 선보이기 시작하였다.
칼 라거펠트는 과거의 모피 의상 제작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우선 새로운 가공법을 통해 모피 의류를 가볍게 만들어 착용감을 향상시켰다. 또한 일반적으로 품질이 낮아 의류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다람쥐, 두더지, 토끼 등의 털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고급 모피에 속하는 여우, 밍크, 흰 담비 등은 염색을 통해 모피를 디자인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펜디의 2013 f/w 컬렉션은 진부한 모피 코트의 형태와 색에서 벗어나 예술작품 같은 새로운 모피 제품의 방향성을 제시한 컬렉션이었다. <사진 1>과 <사진 2>처럼 직물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모피의 다양한 질감과 모피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색상들을 구현했다.

<사진 3>의 의상은 마치 사자의 갈기처럼 긴 털이 모델의 얼굴을 받쳐주고 있고 그 아래로 연결된 갈색의 모피가 전체적으로 검정색인 룩에 포인트가 되어 상체를 장식하고 있다. 또한 같은 검정색이지만 몸판은 송치같이 짧게 깎인 털의 광택을, 소매는 가죽의 광택을 살려 미묘하게 다른 소재의 질감 대비를 이루고 있다.
모피와 가죽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끝없이 갱신하고 있는 칼 라거펠트와 펜디의 컬렉션을 보면 다가올 겨울 거리의 모피 트렌드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