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을 넘어 자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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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자인 기행 - 자연에 다가선 우리 문화의 중요성 대두

2013-02-22 오후 8:07:48

엄격한 기능주의를 추구하던 세계 디자인은 21세기로 넘어오면서 급격하게 변화된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는 자연으로의 휘어짐이 있었다.


기계 미학에 대한 열렬한 믿음들이 세계 디자인에서 급격히 사라지게 된 데에는 기계문명의 한계가 급속하게 진행된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이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혜택과 경험을 제공한 기계 문명은 그만큼이나 치명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20세기 중후반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문제는 바로 환경오염과 핵 문제였다. 전인류를 순식간에 말살시킬 수 있는 이 두 가지 위험한 문제들은 기계문명이 인간에게 가져다 준 혜택보다 더 많은 피해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기계문명의 환상이 깨지기 시작했던 것은 이미 1,2차 세계 대전부터였다. 인간에게 한없는 혜택을 줄 것만 같았던 기계가 전쟁을 통해 인간을 말살하는 것에 이용될 수도 있는 것을 목격하면서 현대 문명에 대한 의심이 시작되었다.



사실 기능만을 우선시 하고, 기하학적 모양을 가지고 있는 측면에서 2차 대전 때의 무기들은 기능주의 디자인과 근본적으로 같다. 그래서 기계문명에 대한 문제점들이 부각되면 될수록 기계적인 외형의 디자인들도 서서히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서양에서 시작된 기계문명은 문명개화의 성격으로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관에 대해 모색하기 시작했다.


우선 기계 문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연과의 단절로 요약되었다. 기계문명이 인간을 위해 많은 혜택을 주기는 했지만, 결국 그것은 인간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문명이었고, 그것은 자연을 갈취한 결과였다는 반성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의 모든 문제는 자연이 인간에게 내리는 단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세계의 관심은 인간의 합리성이나 기계적 문명의 모습이 아니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으로 향하게 되었던 것이다.



기계적 세계관에서는 이런 모습의 자연을 불규칙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자원으로만 보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을 인간이 회복해야 할 궁극의 목표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디자인을 보는 시각도 급격히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기능적인 디자인이 이제는 반자연주의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이전 같았으면 이런 디자인은 사람을 위해서 모든 기능을 수행해주는 훌륭한 디자인으로 봤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에 반하는 건조한 형태로, 기능만을 위한 이기적인 디자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는 기능보다는 자연을 새겨 넣는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갈망을 낳게 되었고, 그러한 사회적 바람은 그동안 숨죽여 지내오던 우리의 전통적인 조형들에 있어서는 서서히 기지개를 켜도 좋을 만한 조건이 되고 있다. 대체로 21세기로 넘어오는 시점부터 그런 변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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