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의 라운지 체어 L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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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3-02-22 오후 8:03:29


20세기 현대 건축의 길을 연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는 일반적인 독일 건축가들과는 달리 문화적 기운이 가득한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을 많이 남겨 놓았다.


그의 건축은 단지 사람이 들어가 사는 장소로서 멋진 무생물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만큼 혼이 담긴 하나의 유기체였다. 그렇기 때문에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격랑 속에서 수많은 건축가들과 건축물들이 명멸하는 동안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21세기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그의 건축물들은 순례객들의 끊임없는 방문이 이어지는 유적이 되고 있다.


그가 젊었을 적 말한 “집은 기계다”라는 발언은 당시 약간의 논란이 일었다. 그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르 코르뷔지에의 이 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현대 건축, 현대 디자인의 기능주의나 기하학적 조형에 대한 면죄부를 씌우려고 했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부터 그가 보여주었던 건축물들은 기계라기보다는 유기체에 가까운 성격을 보여줬다. 이는 그가 지조가 없었다는 것으로 보는 것 보다는, 자신이 했던 말을 부정할 정도로 변화와 발전을 이뤘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는 커다란 건물만 디자인했던 것이 아니라 건물 안에 들어가는 가구들도 많이 디자인했다. 그 중에서는 가구 디자인의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것도 많다. ‘라운지 체어 LC4’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라운지 체어는 침대 같은 외관으로 의자라는 이름이 무색해 보인다. 자세히 보면 의자의 아랫부분은 파이프가 둥글게 휘어져서 연결되어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스탠드 같은 것이 의자의 아랫부분을 받치고 있다. 둥글게 휘어진 의자의 밑 부분이 스탠드 위에 얹혀있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의자는 둥글게 슬라이딩되면서 손쉽게 각도를 바꿀 수 있다. 어떤 때는 편안한 소파가 어떤 때는 편안한 침대가 되기도 한다. 간단한 구조로 복잡한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기계처럼 모든 것이 효율적으로 착착 맞아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의자를 기계에 견주고 마는 것은 아깝다. 왜냐하면 이 의자는 기계처럼 필요한 성능만 발휘하고 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속과 합리적인 기능이라는 재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이 의자는 차가운 질감을 넘어서서 따스한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금속성으로 빛나는 파이프 위를 덮고 있는 당나귀 가죽의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몸의 각도에 맞추어서 파이프가 지그재그로 휘어진 각도는 촉각적인 편안함을 충분히 시각화 시키고 있다. 크롬 도금된 파이프의 휘어짐이 암시하는 듯 엉덩이와 허리의 유기적인 각도는 보는 것 만으로도 편안하고 몸에 감겨오는 듯한 기분이다. 기계적인 것 같으면서도 기계 특유의 차가움과 딱딱함을 멀리 벗어 던지고 있는 것이다.


머리 부분에 부착되어있는 둥근 베개의 모양도 빼놓을 수 없다. 만일 이 부분이 없었다면 전체적인 형태는 그야 말로 핵심이 빠져 썰렁하게 보였을 것이다. 시각적인 편안함도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형태의 이미지도 매우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화룡점정이란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둥근 형태 하나로 이 의자는 금속재료 위에 편안함을 안착할 수 있게 되었고, 의자 전체에 예술적 온기를 불어넣었다. 조형적인 힘은 베개 부분에서 모였다가 발산된다. 당나귀 가죽의 자연스럽고, 예술적인 모양은 이런 조형적인 구조가 모두 완비되었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르 코르뷔지에가 집을 기계라고 했던 말은 이미 이 의자에서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의자는 금속 파이프로 기계를 빙자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자연을 향하고 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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