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근본을 의심하게 한 캄파나 형제의 파벨라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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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3-02-15 오후 1:55:28


디자인은 20세기 동안 깔끔하고, 구조적이고, 철저히 기능에 헌신해야 하는 것을 요구받았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은 주로 합리적인 기하학 형태와 뛰어난 내구성, 완벽한 구조 등을 가지게 되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형태들은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받기 보다는 예술이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쓸모 있는 디자인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기하학적이고, 기능적인 디자인들이 무대의 뒤안길로 서서히 들어서고 있다. 이제는 그런 상식적인 면만을 충족시키는 디자인이 아닌 좀 더 다른 가치를 환기시키는 디자인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움베르토, 페르난도 캄파나 형제가 1991년에 선보였던 이 독특한 의자는 기능주의 디자인의 파워가 아직은 힘을 발휘할 당시에 세상의 이목을 크게 끌었던 디자인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 의자가 얼마나 쇼킹했었는지를 생각하기가 어렵지 않으며,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매우 혁신적이다.


파벨라 의자의 구조는 간단하다. 목재소에서 나무를 가공하다가 남은 자투리 나무 조각 같은 재료들을 얼키설키 붙여서 의자 형태로 만든 것이다. 마치 목공소 아저씨들이 나무를 가공하고 남은 재료들을 가지고 그냥 한번 만들어 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의자가 세상에 나왔을 때 불러일으켰던 센세이션은 그렇게 단순치 않았다.


우선 이 의자는 의자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와해시키며 다가왔다. 단지 하나의 의자로 다가왔던 것이 아니라 의자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버리는 의자로 다가온 것이다.


지금도 의자 디자인, 그것도 고급 디자인이라고 한다면 완벽한 구조에 뛰어난 기능을 수행하는 명품의 면모를 생각하기가 쉽다. 장인들의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들어야 할 것 같고, 넓은 실내 공간에 아주 고급스러운 자태로 자리 잡고 있을만한 조형적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거친 재료와 단순한 가공방법, 그리고 그다지 높은 수준의 조형감각으로 다듬어진 것 같지 않은 이 의자는 실내를 밝혀줄 가구로서의 고급스러운 면모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의자는 그 어떤 의자보다도 더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명품 의자에 대한 우리들의 선입견을 정면으로 파괴하고 있다.


이 의자는 조형성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만든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서로 다르게 생긴 나무 조각들이 사실은 매우 견고한 구조로 짜여 있다. 작은 자투리 조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튼튼해 보인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좌우대칭적 모양이지만 불규칙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각각 나무 조각들의 어울림은 안정되면서도 매우 역동적인 인상을 환기 시킨다. 기하학적인 형상이면서도 유기적인 조형질서를 함유 하고 있는 매우 역설적인 디자인이다.


덕분에 이 의자는 살아있는 생동감을 잔뜩 품은 의자가 되었다. 기존의 의자가 가져야 할 면모들을 거의 모두 반대하고 있지만, 기존의 의자가 가져야 할 면모들을 매우 다른 차원에서 성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의자는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대단한 존재감을 가지는 것이다. 이후로 나온 많은 디자인들은 표피적인 심미감보다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역동적인 느낌을 환기시키는 디자인들이 많이 나오게 됐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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