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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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3-02-01 오후 3:07:02

춥고 매서운 한파 때문에 마음까지 얼어붙는 것 같다. 이럴 때에는 뭘 봐도 별 감흥이 일지 않는다. 하지만 계절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변화한다. 얼었던 계곡이 조금씩 녹아 그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얼었던 마음도 조금씩 녹을 것이다. 그리고 곧 새 생명들이 피어나는 봄이 온다.


여자들이 꽃을 좋아하는 것은, 단지 모양이 예쁘거나 향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꽃이 내포하고 있는 생명력이라는 위대한 가치를 엄마의 마음으로 공유하고 있다.


요새 뭘 해도 즐겁지 않고 시큰둥하다면, 돌체 앤 가바나의 컬렉션을 소개하고 싶다. 추운 날씨로 얼어붙은 마음은 봄의 기운을 받아 녹아 내릴 것이다. 특히 꽃을 전면에 내세운 컬렉션은 말랑말랑한 소녀적 감수성을 가진 그 시절로 순간이동 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진①은 D&G의 2011년 S/S 컬렉션으로 무대 안쪽 끝에는 꽃으로 만발한 담장이 세워졌고, 런웨이를 따라 다양한 꽃이 심어진 꽃길이 만들어졌다. 모델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졌는데, 정원을 가꾸려는 소녀들과, 즐기려는 소녀들이었다.


이 비밀의 화원을 가꾸는 소녀들은 앞치마와 장화, 두건도 쓰고, 가드닝에 필요한 도구들을 잔뜩 넣었을 것 같은 큰 가방을 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다. 하지만 그녀들은 너무도 패셔너블해 보인다. 정말로 땅을 다지고, 잡초를 뽑을 것 같은 작업복이 아니라, 옷의 구조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앞치마를 변형한 듯한 상의와 하의, 장화도 높은 굽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들은 가드닝 도구를 가지고 나오지도 않았다. 다만, 큰 가방으로 그러한 느낌을 은유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돌체 앤 가바나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된 동물 무늬, 검정 레이스, 꽃, 바로크 문양 등을 이렇게 직접 차용과 간접 차용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혼합하여 사용했기 때문이다.




사진①의 피날레 장면에 모델들이 꽃이 만발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꽃 무늬를 옷에 직접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사진②의 패션은 직접적인 설명이 아니라 그냥 우리의 인식이 무대 배경과 옷과 액세서리의 구성을 조합하여 판단을 내려버리게 된 것이다.



사진③은 돌체 앤 가바나의 2012 F/W 컬렉션의 피날레 장면이다. 이 컬렉션 또한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과거 바로크 시대의 어느 궁정의 연회나 예식 장면이겠거니 하고 판단을 하게 된다. 정색과 금색의 레이스로 된 수십 벌의 옷과 꽃이 결합 된 샹들리에만으로 마치 어느 특정 시대의 궁정 문화라는 환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꽃이 어떤 모티브와 결합했는가에 따라 이렇게도 다른 두 세계를 만들어 낸 것도 재미있지만, 여기서 새겨봐야 할 것은 우리의 시지각과 인식의 오류를 잘 이용해 감동을 주는 돌체 앤 가바나의 능력이다. 어려운 주제로 옷을 만드는 것만이 일류 디자이너가 아니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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