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수많은 의자 디자인이 있지만 달걀과 같은 특정 대상을 참고로 한 의자는 없다. 의자에 요구되는 사항이 많은 관계로, 다른 사물들을 이미테이션할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버트 리드 같은 영국의 미술학자는 디자인을 추상미술에 속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아르네 야콥슨(Arne Jacobson)의 에그체어(Egg Chair)는 오히려 구상미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구체적인 달걀을 흉내냈기 때문이다.
대체로 디자인이 이렇게 사물을 이미테이션하게 되면 디자인의 본분을 외면했다는 소리를 듣기가 쉽고, 실지로 그렇기도 하다. 디자인이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한 형태를 따르게 되면 정작 챙겨야 될 부분에 주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추상적 형태를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순수미술처럼 고고한 이념을 표현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초적인 요구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는 구상미술에 가까운 것은, 일차적인 기능에만 충실한 기계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지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해서 디자인을 추상미술에 넣는 것은 학문적으로는 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아르네 야콥슨은 이 의자의 디자인을 실제로 깨진 달걀을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자는 그저 그런 디자인이 아니라 역사에 기록될 걸작으로 남았다. 그것은 달걀의 모양과 의자의 기능적 요구 사항들이 매우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달걀이 깨진 것 같은 모양이 의자로 사용했을 때 필요한 기능들을 절묘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앉았을 때 머리 부분을 감싸는 부분이나 팔걸이 부분들의 모양이 달걀의 이미지와 사람의 신체가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매우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
그냥 모양만 따라하는 디자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과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이 의자는 의자로서의 역할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우아하고 유려한 곡면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앉았을 때 달걀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 의자의 특별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앉기에 편안하기만한 의자들 즉, 기능성만을 추구하는 디자인들에 비해서 이 의자는 훨씬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름난 디자인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원래 이 의자는 로열 SAS 호텔을 위한 디자인이었다고 한다. 달걀이란 이미지만 걷어내면 의자가 가지기 힘든 우아함과 세상을 초월한 듯 한 모양이 나오는 데,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넓은 실내 공간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흡입하는 모습을 본다면 이 의자의 외유내강의 면모들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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