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게이샤의 추억>이 몇 주 전 개봉됐다. 동양인이 보기에는 글쎄, 일본에 대한 특별한 이국적 동경이 없는 한은 그다지 이채로운 화면은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를 만든 서양인의 입장을 대변해 보자면,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그들이 매료된 동양적 판타지란 어떠한 것인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영화의상을 담당한 콜린 앳우드는 서양인이면서도 기모노를 250여 벌이나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가리켜 기모노의 판타지라고 할 만큼 옷에 민감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기모노(Kimono)는 패션에서도 최근 중요한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마치 1980년대 후반에 패션계를 몰아쳤던 자포니즘(Japonism)이 부활한 것처럼 2006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기모노 형태의 랩과 오비 디자인이 새로운 젠(Zen) 스타일로 각광받았다.
특히 「파코라반」의 패션쇼에는 다량의 실크가 사용되었는데, 그는 이 쇼를 위해 소재를 직접 일본에서 공수해 왔노라 밝히면서 실크를 ‘kimono’ 소재라 불러 신선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 기모노에 사용되는 소재는 우리나라 한복에 사용되는 소재와 거의 유사하다. 서양의 실크가 주로 새틴이나 파유와 같은 유려하고 단단한 직물로 짜여지는 데 비해 동양의 실크는 얇으면서도 고시감이 있게 짜여지는 경우가 많다.
즉, 드레이프 되었을 때 새틴처럼 축축 처지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볼륨감을 형성하면서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방이라는 소재가 바로 이 같은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여름 소재 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동양적 실크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왜냐하면 트렌드가 ‘볼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보다 아름답고 새로운 볼륨감을 줄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의 한복이나 일본의 기모노와 비슷한 ‘가자(Gazar)’ 소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가자는 큰 광택이 없으면서도 얇은 실로 섬세하게 짜여졌고, 처지지 않으면서 단아하고 기품 있는 볼륨감을 선사한다. 이 가자 소재는 2005년부터 특히 주목받았는데, 파리의 「랑방」과 「지방시」는 가자를 워싱 처리하여 한결 캐주얼하면서도 아름다운 볼륨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한편 여름 소재인 노방과 같은 소재로서는 서양에서는 오간자(Organza)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 얇고 비치면서도 볼륨감을 형성하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에어리(Airy)한 트렌드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소재라 할 수 있다.
<게이샤의 추억>은 그야말로 한 편의 기모노 패션쇼를 보는 듯하다. 주인공 사유리가 갈아입는 옷의 수도 어마어마하지만 주변인들이 입고 나오는 모든 옷들도 세심하게 제작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전통 옷을 모두 기모노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실크로 제작되고 야회복 용도로 입혀지는 것이 기모노이고, 면으로 제작되어 휴식이나 잠자리를 위해 입혀지는 것은 ‘유카타’라 불린다. 일본의 료칸에서 묵어본 사람이라면 료칸이 제공하는 유카타를 입어본 적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 전통의 소재에도 선염과 후염이 나뉘는데, 기모노를 위한 실크들은 선염된 실크를 ‘오리’, 후염된 것을 ‘소메’라 구분한다.
전통 기모노는 이들 오리나 소메를 사용하면서 화려한 자수로 장식되고, 허리에는 별도로 장식된 ‘오비’를 매어 마무리한다.
우리가 가봉할때 허릿단을 ‘오비’라 부르는 것은 이 기모노 명칭에서 유래된, 일제시대의 잔재 중 하나이다. 이 오비는 최근 패션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서, 「꼼므데가르송」 매장에서는 오비 형태로 만들어진 단품 벨트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게이샤의 추억>은 동양인에게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동양적 엑조티즘(Oriental Exotism)이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이며, 여기에는 중국이나 동남아적 화려함보다는 일본적인 Zen의 정서가 지배적이다. 언제쯤 한국 풍의 엑조티즘이 세계에 문화적 충격을 던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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