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는 계절을 앞서간다. 한여름에 모피 코트를 입고, 한겨울에 비키니 수영복을 입는 것이 패션의 세계다. 따라서 계절을 앞서 사람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유행을 보여줘야 하는 디자이너는 런웨이 무대를 어떻게든 미래 시즌에 대한 환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꾸며야 한다.
예를 들어 2012 F/W 컬렉션은 그 해 2월에서 3월 사이에, 2013 S/S 컬렉션은 2012년 9월과 10월 사이에 앞당겨 개최되므로,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계절의 끝자락에서 다음 계절의 미래를 선보인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패딩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몽클레어의 감므 루주 컬렉션 장면이다. 몽클레어 감므 루주는 몽클레어에서도 쿠튀르 수준의 패딩을 선보이고 있는 라인이다. 파리 컬렉션에서 작년 2월에 선보인 컬렉션이니 2012년 겨울의 끝에서 2013년의 겨울 패션을 제시한 것이다.
몽클레어는 오랜 역사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패딩의 본질인 따뜻함은 기본으로 가져가되 과거의 디자인을 뛰어 넘어 쿠튀르 수준의 패딩 코트를 제시할 구원 투수를 찾고 있었다. 그 적임자가 지암바티스타 발리였다.
모피로 유명한 펜디와 웅가로의 수석디자이너를 거쳐 자신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던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여성의 둥그스름한 라인을 우아하게 살리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의 디자인은 패딩이라는 특별한 소재와 결합하여 몽클레어 감므 루주를 통해 패딩의 한계를 뛰어넘어 미래를 제시했다.
그 방법으로 펜디에서의 경험과 자신의 브랜드 특징이었던 여러 고급 겨울 소재들의 믹스 매치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패딩과 다양한 질감의 모피, 울, 모헤어 등 최고급 소재를 섞어 디자인을 하는데, 그에 따라 다양한 실루엣이 탄생되고 있다. 특히 패딩이나 모피처럼 그 부피감이 큰 옷은 다른 부분을 최대한 얇게 연출해야 그 대비감이 살아나 디자인이 좋아 보이는데, <사진 1>처럼 재킷의 밑단과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부츠에 길이가 긴 모피를 활용하여 신선한 실루엣을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사진 2>처럼 퀼팅도 단순한 스트라이프나 다이아몬드 같은 기하학적 무늬에서 벗어나 퀼팅 무늬 자체를 다양한 곡선으로 하여 올록볼록한 무늬를 살렸다. 단색 일변의 패딩 코트에서 벗어나, 화려한 그림을 프린트 하는 등, 다양한 패턴과 색을 믹스 매치하고 있다.

<사진 3>처럼 무대는 겨울이 한창이다. 눈이 내려 발 밑에 소복하게 쌓여있고, 스키장에 온 듯 리프트가 돌아가고 있으며, 스키에서 스케이트, 스노보드, 눈썰매까지 온갖 겨울 스포츠용 장비가 등장한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느긋하게도 한 무리의 여성들은 눈밭 위에 의자를 펼쳐두고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다.

<사진 4>의 남자들은 스키 타라고 보내놓고 눈밭에서 햇빛을 쬐며 여자들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추운 날씨에도 야외에서 여유 있게 책을 읽을 만큼 보온에 자신 있음을 은근하게 자랑하는 고도의 전략인 셈이다.
이런 환상을 자극하는 무대와 소품들, 겨울 패딩 점퍼로는 상상도 못했던 디자인들이 어우러지면서 몽클레어는 유럽을 벗어나 세계화 되는 브랜드, 대중에게 통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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