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은 의자인가 설치미술인가?’ 이탈리아 산업디자인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는 1971년에 희한한 의자를 디자인했다. 주변 사람들도 그가 장난친 것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이 의자의 이름은 ‘메차트로’. 이탈리아 말로 반소작인이란 뜻이다. 메차트로 의자는 생긴 구조가 간단한데, 모양이나 의도가 독특했다.
의자라고 하는데, 얼핏 보면 순수 조형작품으로 보인다. 앉으려고 하면 앉을 수 있기는 하지만, 형태를 이루는 요소들이 앉았을 때 편안하게 만들어진 것 같지 않아 보여 순수한 ‘의자’로 대하기에 좀 어색한 점이 있다. 흡사 설치 미술가들이 만든 작품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와 유사하다, 하지만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의 메차트로 의자는 분명히 앉을 수 있는 의자이다.
실험적이라는 말로 예술성을 빙자해서 이러한 형태의 의자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의자가 디자인 역사에 남는 걸작이 되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류의 디자인들은 지금까지도 많이 나오고 있고, 또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의 디자인들 중에서는 이 의자보다도 더 실험적인 것들도 많다. 그런데 왜 유독 이 의자만이 명작으로 남게 된 것일까?
의자의 구조는 매우 간단하다. 빨간색 좌석과 금속 뼈대, 나무 지지대가 전부이다. 좌석과 금속 뼈대는 볼트로 간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순수 미술작품같아 보이지만 생산에 있어서 경제적이고 사용하기에도 기능적이다. 생긴 것과는 달리 앉았을 때 의외로 편안한 것이 특징이다. 메차트로 의자는 좌석 부분이 걸작이다. 이 좌석은 카스티글리오니가 만든 것이 아니라 트랙터에서 떼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의자가 순수 미술이 아니라 왜 디자인의 명작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이유는 그 구조를 분석해 보았을 때 드러난다. 순수 미술적인 인상은 디자인으로서 충분한 자격 위에 덧씌워진 보너스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디자인에서 가치를 하나 더 가지고 있는 셈인 것이다. 트랙터에서 떼어낸 기성품 좌석을 붙여서 자기 디자인으로 만든 시도는 순수 미술의 콜라주 기법이다. 이 콜라주는 특이해 보이거나 충격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량생산에 대한 의문, 소비사회에 대한 비판의 의지의 발로이기도 했다. 그저 앉기에 편안한 의자를 만들려고 했다면 오히려 더 뛰어난 모양을 디자인했을 것이다. 트랙터의 좌석을 의자로 콜라주 함에 따라 기능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철학적 의미를 넣고 있는 것이다.
단지 세 개의 재료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의자일 뿐이지만 이처럼 그 안에 내포된 가치의 층들이 매우 다양하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의자가 명작으로서 자리잡게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1970년 대에 나온 이 디자인은 기능주의적 디자인에만 치중되어 있는 세계 디자인계에 큰 활력소가 되었으며, 그의 명성도 함께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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