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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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3-01-10 오후 4:47:35

디자이너의 옷이 수천 벌 들어있는 옷장이라도 거울이 없다면 그곳이 바로 지옥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거울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소품이다. 멋지게 단장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본다는 개념은 지극히 현대적인 생각이다. 청동기 시대의 거울은 태양빛을 반사시켜 대중 앞에서 제사장의 권위를 나타내는 도구로 쓰였고, 유리 거울이 나오기 전까지 동경(銅鏡)은 흐릿한 상만을 비출 수 있을 뿐이었으나, 여전히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유리 거울은 중세 이후 유럽으로 전파되어 갔는데, 특히 베네치아의 유리 제조 기술은 워낙 기술력이 뛰어나 국가에서 기술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무라노 섬에 가두어 기술 유출을 막을 만큼 최고급이었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의 탐미적 성격은 베네치아의 장인들을 베르사유로 끌어들였고, 벽을 거울로 채울 만큼 커다란 거울을 개발하는데 투자했다.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은 프랑스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거울을 만드는 신기술과 막강한 경제력을 선보이는 일종의 쇼케이스였던 것이다. 금보다 귀중해 국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쓰인 유리 거울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청동기 시대의 동경이 빛을 반사하여 사람들을 홀리는 도구로 쓰였다면, 유리 거울의 등장은 내 자신을 홀리기 시작했다. 현실의 모든 것을 반영하는 성질 때문이다. 거울은 내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을 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고, 현실 쪽 공간을 거울 안으로 확장해 보이게 한다. 사람의 눈은 앞쪽에만 달려있기 때문에 측면이나 후면, 또는 윗모습 등은 볼 수 없다. 그러나 새로 머리를 하거나, 새 옷을 사러 갔을 때 자신의 모습이 사방에서 아름다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옷 가게나 미용실에 거울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조차 없으며, 때로는 현실보다 더 길고 날씬해 보일 수 있도록 착시 효과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거울은 마술쇼에서도 사용된다. 신체 절단 마술은 거울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거울 두 개를 직각으로 놓아 공간을 비어 보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원리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두 개 이상의 거울이 서로를 비췄을 때 만들어 내는 무한한 공간의 확장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좁은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거나, 하나의 물체를 두 개 이상을 보이게 하는 등 우리 시각에 착시현상으로 혼란을 줄 수 있는 거울의 성질 때문에 패션쇼 무대에서도 종종 거울이 사용된다. <사진>의 마르케사의 2013 F/W 컬렉션 무대에 거울이 사용됐다. 모델이 걸어 나오는 런웨이 뒤편으로 병풍처럼 세워진 유리거울 때문에 관객은 모델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었다. 한편 모델은 무대로 들어갈 때 자신의 워킹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은 자연스럽게 수면에 비쳐 자신과 사랑에 빠져버린 나르키소스의 설화를 떠올렸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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