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의자 하나가 오늘날까지도 세련됨을 잃지 않고 삶의 한복판에서 활약 중이다. 이처럼 하나의 디자인이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명품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덴마크의 디자이너 베르너 판톤(Verner Panton)이 1960년대 세상에 선보였던 판톤의자가 그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S라인 몸매를 가진 판톤 의자의 모양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의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의자도 반질반질하게 광택이 나는 표면의 질감과 이음새가 하나 없이 부드럽게 흐르는 곡면, 그리고 무엇보다 플라스틱 특유의 분위기가 낯설지 않다. 이러한 익숙함 때문일까. 판톤 의자는 디자인된지 5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플라스틱 의자는 저렴하고 생산이 용이한 관계로 여전히 삶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판톤 의자의 가격은 사실 저렴하지만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의자들과 거의 유사한 의자 같지만 같은 플라스틱 의자라도 이 의자에는 다른 제품에 없는 가치들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이 의자의 모양이다. 플라스틱의 장점은 어떤 형태라도 어렵지 않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의자는 복잡한 모양도 아니고, 장식이 가득 들어있는 모양도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의자의 아름다운 곡면들을 하나의 조각작품처럼 살펴보면 쉽게 잡힌 곡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S라인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의 몸매도 그렇지만 산업 디자인 제품들도 이런 라인을 갖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 의자의 가치는 구조에서 빛을 발한다. 이 의자의 구조를 보면 일반 의자들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다. 바로 의자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하나의 몸통에 다 구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의자에서는 등받이, 바닥, 다리 등의 요소들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몸통에 연결되어 있다.
이 의자는 플라스틱의 재료적 특성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재료의 장점을 의자의 디자인에 반영하여 세상에 없는 구조를 최초로 실현했던 것이다. 판톤 의자는 다리와 등받이, 바닥판 등을 따로 만들어서 결합시키는 공정 없이 한번에 떠내기만 하면 완벽한 의자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의자에 비해서 생산 효율이 높다. 더욱이 자유롭고 유기적으로 생긴 의자는 같은 모양의 의자를 여러 개 겹쳐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플라스틱의 장점 중에 하나가 색상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인데, 파란색과 빨간색 등 기존의 의자에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다양한 색상들을 보여주면서 이 의자는 실내 분위기 변화에도 상당한 혁신을 가져왔다. 1960년 당시의 팝 아트적인 분위기나 새로운 첨단 기술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 이 의자는 대단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판톤 의자는 지금도 여전히 세련되고, 기능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치 않을 클래식으로 남을 것이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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