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의 비밀 코드, 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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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2-12-21 오전 9:05:13

‘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극락이구나.’
고은 시인의 아버지라는 시의 일부이다. 몇 백 페이지의 소설로 표현되는 아버지의 심정도 있지만, 이 한 줄의 시는 아버지 마음의 핵심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 강렬하고 감동이 크다.


인물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연극 무대에 비해 무대 위 종합 예술인 패션쇼는 시처럼 은유적이다. 문학으로는 소설보다는 시, 음악으로는 가사가 있는 노래보다는 연주곡에 가깝다.
상상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쇼를 보는 개개인의 관객은 자신의 상상력에 따라 수 많은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시각적인 효과로 모든 것을 함축해야 하는 패션쇼에서 빛은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 의미를 담는다. 빛은 무대를 꾸미는 장식이자, 디자이너가 나타내고픈 철학, 무대의 옷과 연계 된 숨겨진 비밀 코드가 되기도 한다. 릭오웬스의 컬렉션에서 불을 이용하여 디자이너의 철학을 더 확실히 드러낸 것처럼 말이다.


불은 굉장히 특별한 경우였지만 패션쇼에 사용되는 광원은 꽤나 다양하다. 태양의 빛을 그대로 이용하기도 하고, 네온을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조명은 어디서 비추는가와 빛의 조도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주지만, 네온은 그 독특한 빛의 색 때문에 그 자체로 장식이 되기도 한다.


2012년 F/W 컬렉션에서 타쿤과 조나단샌더스는 마치 평행이론처럼 뉴욕과 런던에서 각각 빨간 빛의 네온을 무대장치로 사용하였다. 이 네온과 옷의 연계성은 두 디자이너의 개성만큼 서로 달랐다. 타쿤은 네온의 빨간 빛만큼 눈을 파고드는 색과 무늬로 네온의 강렬함을 나타냈다.



<사진 1>의 원피스는 상, 하의가 같은 빨간 계열이지만, 대비되도록 강조했다. 상체는 빛에 반사되는 광택감 있는 소재를 사용한 반면 치마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재를 썼다. 이렇게 대비되는 소재를 사용해 한가지 컬러로 네온만큼 번쩍이는 느낌이 나는 옷을 완성했다. 여기에 가슴 부분을 각이 진 모양으로 뾰족하게 컷 아웃시켜 실루엣은 얌전하지만 그 안에 자극적인 요소를 첨가하여 양면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사진 2>에서는 네온 불빛을 직접적으로 패턴화하여 옷에 도입하였다. 검정 원피스에 빨간 형광등 같은 무늬를 넣었는데, 색 대비가 강렬하여 마치 실제로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타쿤은 색과 무늬로 네온을 표현했다.




그에 비해 <사진 3>의 샌더스의 쇼에서는 좀 더 은근하게 네온에서 받은 영감을 옷으로 나타내었다. 컬렉션에 나타난 옷의 색상은 대부분 어둡고 칙칙했다.




그 중에 포인트가 되도록 배경에 보이는 한줄기의 빨간 네온 빛은 <사진 4>처럼 목에서 얇게 드러난 스카프, 허리의 가는 벨트, 발목의 붉은 스트랩 등으로 표현했다. 이 빨간 선들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다른 부분의 명도와 채도를 낮춰놓았다.
타쿤과 샌더스는 공교롭게도 같은 붉은 네온을 무대 장식으로 사용했지만,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방식은 전혀 달랐다. 타쿤이 붉은색 계열 내에서 채도와 명도의 변화를 주면서 빨간색을 더 빛나게 했다면, 샌더스는 빨간색을 제외한 다른 색들의 명도, 채도를 낮추고, 좁은 면적의 빨간색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했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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