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 예술은 옛날부터 사람만 만들었다. 그것도 옷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자연을 중심으로 그렸고, 사람은 그 속에 보일 듯 말 듯하게 그렸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와 서양은 예술에 있어서 서로 판이하게 다른 길을 걸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서양 사람은 사람만 만들었고, 동아시아에서는 자연을 그렸을까?
우선 시야의 범위를 넓혀 체크해 보자. 사람의 몸만을 만들었던 서양 예술은 동아시아 예술에 비해서는 시야가 넓지 않다. 서양은 사람의 몸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동아시아는 사람의 몸을 넘어서 드넓은 자연으로 달려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서양의 예술을 대할 때는 인체의 생동감 있는 표현에 감동하기 전에 먼저 이런 차이를 체크해두는 것이 좋다.

이 시야는 곧 관심사와 관련이 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그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서양 사람들은 오직 사람에만 관심을 갖고, 사람을 표현하는 것을 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동아시아 사람들은 전체적인 자연에 관심이 있었고, 자연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이처럼 자연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 예술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사람만을 만든 서양의 예술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인간애의 뒷면에 깔린 반자연주의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자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서양에서 사람을 만든 것은 인간에 대한 애착이 컸다기 보다는 자연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더 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몸 밖에는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서양문명의 기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그리스의 자연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의 토지는 굴곡이 심해서 농사를 짓기 어려운 지형으로 유명하지만 건조한 기후 또한 먹고 사는 생존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 사람들은 일찌감치 배를 타고 주변국들을 약탈하러 가거나 교역을 하러 나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살던 곳을 등지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높은 언덕에 거대한 신전을 지어 놓았던 것은 그런 위험에 대한 위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그리스의 자연이 먹고 사는 데에 도움은커녕 방해가 많이 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것은 자신의 몸밖에는 없었던 것.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 사람들은 사람의 몸을 조각으로 만들었다. 옷을 입지 않은 나신을 만들었던 데에는 그만큼 순수한 자신의 몸에 대한 지극한 믿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스의 뛰어난 인체 조각에는 이러한 애절함이 담겨 있다.

이에 반해 동아시아의 예술에는 자연에 대한 존중, 풍성한 자연에 대한 즐거움만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서양과 동아시아 예술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근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자연관이 이렇게 극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관의 차이로부터 동과 서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예술을 만들게 된다.
<사진>①동아시아의 산수화 ②서양의 인물상 ③척박한 그리스 언덕에 높이 올라서 있는 신전 ④자연에 대한 편안함과 애정이 잔뜩 묻어 나오는 김홍도의 '기우도강도'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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