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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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2-11-23 오후 7:02:36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그 빛이 좋았다. 하느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가르시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날이 지났다.


창세기 1장에 나오는 빛에 관한 대목이다. 패션쇼의 코드를 읽는데 성경 구절이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우리의 삶에서 빛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방증이다. 빛이 있어야 낮, 밤의 구별이 생기고, 생명체는 활동과 휴식을 통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빛이란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다.
그런데 앞서 인용한 구절 앞에는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라는 표현이 있다. 세상은 어둠이 심연을 덮었고. 이후에 빛이 생기니 어둠과 빛이 갈렸다.


빛과 색은 속성이 다르지만, 간단히 색으로 표현하자면 빛이 없는 상태인 짙은 어둠의 검정색, 이후 빛이 생겨 조금씩 밝아져 회색이 되고, 점점 더 밝아지면 눈부신 빛 그 자체인 하얀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사진 1>에 표현된 패션은 빛과 어둠, 창세기다.




빛과 어둠을 명도로 표현했다면, 거기에 색상이 추가되면서 더욱 재밌어진다. <사진 2>의 새빨간 드레스가 강렬하게 등장한다. 새빨간 원피스에 채도와 명도가 떨어진 작은 조각이 면적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프로포션의 빨강 원피스가 탄생한다. 점점 짙은 색이 면적을 잠식해 가면서 빨간 톤 내의 명도와 채도 대비가 강하게 일어난다. 그 짙고 탁한 갈색에 가까운 빨강은 점점 면적이 넓어지고 마침내 두 색상의 면적 대비가 반전된다. 게다가 마지막은 형광이라는 새로운 속성을 가진 색을 조화시켜 더욱 강렬하게 대비가 일어나는 옷을 완성시켰다.



그러나 단순히 색과 비례를 이용한 옷만을 선보였다면 감동을 주는 컬렉션으로 나아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컬렉션의 묘미는 원색의 빨강색과 짙고 탁해진 갈색의 대비가 아니라, 이 옷들에 다시 한번 빛과 그림자로 비례의 변화를 주고 있다는데 있다. 맨 왼쪽의 빨간 원피스에서 그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빛을 비춰 밝은 빨강이 살아있는 어깨 부분과 빛을 받지 못해 어두워진 빨강의 대비가 나타난 것이다.




<사진 3>의 콘셉은 패션을 건축의 구조물에 비유하는 후세인 샬라얀답게 건축적인 공간이 생성되는 형태에서 오는 감동이 크다. 겉의 원피스와 안의 원피스가 따로 떨어지면서 여성의 허리 부분에 공간이 생기고, 그림자가 지면서 공간감이 형성되었다. 다시 말해 두 겹으로 겹쳐 입은 H라인 원피스와 허리를 조인 원피스 사이에 공간이 생긴 것인데, 소재나 색상으로 대비감을 확실히 주거나, 겉과 안이 연결 되도록 하여 색다른 형태의 원피스가 탄생했다.




후세인 샬라얀의 패션쇼는 시기를 한 세기쯤 앞서 나가는 것 같다. 현실에서 한 발자국쯤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듯 하면서도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진 4>에서 그가 기계 장치를 이용하거나, LED 조명을 이용한 패션을 선보였을 때 결국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바람과 빛 같은 자연이었다.
그는 언제나 은유적 표현을 통해 다른 디자이너들에 비해 한 단계는 높은 차원의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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