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라는 것은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밑에는 참으로 넘기 힘든 어려움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고정관념 즉, 선입견을 깨어야 한다는 어려움이다. 창조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지만 무조건 새롭다고 새로워지지는 않는다. 의미있는 창조는 반드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깨면서 존재감을 극대화해야 한다. 창조하는 사람 자체부터가 선입견이라는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낸다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창조란 안전한 세상 안에서 그렇지 않은 세상 바깥을 모색하고 그것을 향해 질주해야 하는 것이다. 창조의 대상이 생활방식과 관계를 가진 물건이라면 창조는 어려워진다. 이미 오랜 세월 동안 고정관념의 껍질을 단단하게 쓰고 있으며, 특히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이미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나이키의 신발은 대단히 의미있는 창조라고 볼 수 있다. 신발이라는 꼼짝할 수 없는 아이템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신발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있다. 발을 직접 감싸는 신발 부분과 밑창, 그리고 밑창과 신발을 감싸는 또 하나의 덧신이다. 이 신발의 가장 큰 특징은 신발이 신발을 신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내화처럼 생긴 신발은 얇고 발에 착 감기는 모양이다. 회색의 기능성 천으로 만들어진 모양새는 발의 모양에 근접하게 생겼고, 신으면 발을 편안하게 감싸고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것만으로도 이 신발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어 보인다. 그런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은 신발 바닥에 대한 의구심을 촉발시킨다. 거친 바닥을 이 얇고 부드러운 신발이 과연 얼마나 견디어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신발은 바닥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발바닥으로 전해 줄 것 만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은 바로 해결된다. 얇은 신발 바닥을 보호해 줄 신발바닥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둥근 엠보싱이 아주 아름다운 신발의 바닥은 그냥 보기에는 깔창이다. 하지만 이것은 신발 안이 아니라 신발의 바닥에 부착되는 신발 바닥이다. 신발에 결합되는 것은 따로 접착제나 결합 장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신발과 신발 바닥이 들어가는 덧신에 의해서다. 덧신은 마치 망사처럼 생겼다. 둥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모양만 신발이지 시장 가방을 연상케 하는 느낌이다. 아닌게 아니라 플라스틱의 이 오렌지색 망사 신발은 회색의 신발과 바닥을 차례로 담으면서 진짜 신발이 된다. 신발의 바닥은 덧신에 뚫린 구멍들 사이로 둥근 바닥을 바깥으로 내밀면서 신발 전체의 쿠션을 담당하고 덧신 바닥이 땅 바닥에 닿지 않게 하여 마모를 방지한다. 그러면서 덧신과 안쪽에 들어가는 신발과 공고하게 밀착된다.
완전하지 않은 각각의 요소들은 하나가 되면서 비로소 완전한 하나의 신발이 된다. 이렇게까지 어렵게 신발을 신어야 되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하겠지만 단조롭고, 새로워질 수 없는 신발 하나에서도 이렇게 색다른 가치와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참으로 행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신발이 신발을 신는다.’ 이 획기적인 발상은 신발이라는 익숙한 아이템의 본질을 완전히 넘어서는 시도이며, 선입견을 와해시키면서 새로운 것을 내놓는 수준 높은 창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크 뉴슨의 이름에 걸맞는 참신하고도 의미있는 디자인이다. 이런 디자인들을 통해 나이키는 상업적 명성만이 아니라 브랜드의 창조성을 인정받게 된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