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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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2-11-08 오후 5:58:08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기차 한 대가 거대한 소리와 증기를 내뿜으며 역 안으로 막 미끄러져 들어온다. 기차 안에는 여행에서의 추억과 풍경과 피로를 품은 아가씨들이 타고 있다. 이제 그녀들은 안식을 취하기 위해 호텔로 이동해야 한다. 고귀한 그녀들이 무거운 가방을 직접 옮기는 것은 힘겹다. 그렇지, 포터들이 서너 개씩의 가방을 대신 옮긴다.


시대는 언제쯤일까? 트라페즈 라인을 보면 우아했던 입생로랑의 시대 1950년대 후반이 될 것도 같고, 옷 위의 큼지막한 보석들은 보면 중세의 호화로운 교황이 생각난다. 풍성한 원피스 코트 아래로 겹쳐 입은 바지와 커다란 모자는 먼 나라에서 들여온 최신 유행일 것만 같다. 이런 복장이라면 긴 여행에서도 몸을 옥죄지 않고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와 부스스해진 머리를 가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용적인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신선한 스타일링으로 트렌드세터들은 바로 시도해 볼 수 있겠다.


가방 역시 견고하고 호화로워 보인다. 가방 안에는 여행지에서 들여온 신기하고 진귀한 물건들이 가득 들어있을 법하다. ‘가방을 조심해서 들어줘요.’ 도도한 아가씨는 분명 이렇게 주문했을 터. 한 무리의 여행객이 빠져 나가고 난 뒤의 기차는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는 또 새로운 미지의 여행을 위해 떠날 것이다.



역을 재현한 무대도, 시대를 초월한 옷들도 다 환상적이었지만, 이번 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방을 들어주는 포터의 역할이었다. ‘루이비통’이라는 가방 브랜드의 역사적 정통성을 고급스럽게 드러낼 수 있었던 아주 정밀한 장치. 이런 요소들이 하나하나 모여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완벽한 패션쇼가 패션사에 추가 되었다.


15분에서 20분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무대 위 눈 앞에서 펼쳐지는 패션쇼는 단 한 번밖에 상영하지 않고 이후로는 전설로 남게 된다. 그러나 보는 동안은 눈을 뗄 수 없고, 그 환상의 세계로 몰입시키며 결국은 감동을 남긴다. 하지만 이런 무대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감동적인 쇼를 위해 거대 자본의 투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일까?


패션 디자인은 예술가와 맞먹는 고뇌를 거치는 창작의 세계에서 이익 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거대 기업의 세계로 넘어 왔다. 따라서 단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이익을 남기는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 놓고 홍보를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으니 패션쇼를 통해 깜짝 이벤트를 함으로써 사람들의 감성을 말랑말랑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마크 제이콥스는 얼마나 영악한가. 단 한 번의 쇼를 통해 루이비통 가방이란 단지 대중의 부의 과시를 위한 물건이 아니라, 여행 가방이라는 긴 역사를 지닌 정통성 있는 고급 브랜드였음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라는 여행 가이드는 다음에 어떤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할까 궁금하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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