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모든 배경은 옷을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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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6 오후 4:24:50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난다. 패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의 홍보와 패션쇼는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과연 많은 돈을 들인다고 감동적인 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까?


단편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세계적인 럭셔리 패션 기업 샤넬의 패션쇼는 매번 그 거대한 규모에 압도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차적으로는 거대한 규모에 놀라더라도, 그것을 넘어서는 감동은 스케일만으로 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연극과 발레 등 무대 예술이 발달했던 파리의 역사적 DNA가 지금의 샤넬 패션쇼의 무대 연출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자금력과 문화 예술을 대하는 역사적 전통이 패션쇼의 성격을 좌우한다는 명제는 샤넬과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가 음악과 공연이 어우러진 화려한 라스베가스의 ‘쇼’를 연상시킨다면, 샤넬은 스토리가 있는 한편의 연극 같으며, 무엇보다 인물의 ‘패션’이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는 주인공임을 알 수 있다. 각각의 인물들이 입은 ‘패션’은 다가올 시즌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 낸다. 마치 하나하나의 벽돌을 쌓아 큰 집을 완성하는 것처럼 한 편의 ‘극’을 완성해 낸다. 따라서 빅토리아 시크릿의 ‘쇼’는 보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연극 같은 샤넬의 ‘패션’과 ‘쇼’는 감동을 남긴다.


샤넬의 연극 주제는 매 시즌 끊임없이 바뀐다. 바닷속도 되었다가, 인도 저 멀리 미지의 왕국이 되었다가, 놀이공원도 된다. 이번 가을, 겨울 컬렉션의 주제는 ‘자수정’이었다. 마치 영화 수퍼맨에서의 크립턴 행성처럼 끝없이 솟아오르던 자수정 동굴 같은 이미지의 거대한 무대에서 자수정 모티브의 옷을 입은 모델들이 잇달아 걸어 나왔다.  


옷의 형태도 보석의 비스듬히 깎인 각진 형태를 따랐다. 부드러운 곡면으로 된 인체를 보석처럼 각진 다면체로 깎아냈다. 바지는 면이 쪼개지도록 절개선을 넣었으며, 코트의 소매 또한 삼각형의 면들을 연결한 각진 형태의 퍼프 소매로 완성했다. 원피스의 가슴, 코트의 끝 단 등 날카롭고 예리한 삼각형을 주로 사용하여 자연의 광물 같은 여성상을 완성했다.


따라서 이번 컬렉션의 전체적인 색이나 형태는 모두 자수정 빛의 크리스털이었다. 보라색 인접 색의 스펙트럼, 자주색부터 보라, 감색, 청록색 함께 배경색으로 회색을 사용하여 포인트 되는 색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보석같이 맑고 깊고 육중한 색감으로 표현될 수 있었다.


자, 다시 한번 무대를 살펴보자. 당연히 자수정 빛이라 생각했을 배경은 사실은 옅은 회색이었다.
비스듬히 세워진 크리스털들은 사선의 동선을 형성하면서 앞의 옷들과 직선과 사선의 통일성을 이루어낸다. 모델들은 깨끗이 빗어 올린 머리와 눈썹의 크리스털 장식으로 미지의 세계의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해 내어 관객의 몰입을 더욱 이끌어 낸다.


무대의 모든 장치들, 심지어 모델들은 패션쇼의 옷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샤넬의 패션쇼는 모든 것이 패션을 위한 복선이다. 그러한 복선이 반전과 깨달음, 그리고 감동을 주게 된다.



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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