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무지(Muji)를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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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사와 나오토의 CD 플레이어

2012-10-26 오후 4:17:03


브랜드 이미지는 특정 브랜드와 관련하여 소비자가 형성하는 모든 감정적, 미학적 품질이라고 말했다. 상품성은 사람들의 마음과 아름다움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말은 분명 예술을 향하는데, 디자인은 상업의 굴레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이런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주는 것이 일본의 산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이고, 일본의 유명한 브랜드 ‘무지(Muji)’다.


브랜드를 큰 목소리로 세상에 알려도 모자랄 판국에, 무지는 과감하게 상품에서 브랜드를 지웠다. 크리스토라는 예술가가 베를린 시청 건물을 커다란 천으로 덮었던 일보다도 더 과격하고 혁신적인 실험이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이라는 관점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접근이었다. 하지만 무지는 세상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브랜드가 없으니 도저히 카피가 불가능한 브랜드가 되었으며, 대중들에게는 오히려 더욱 인지도를 높이게 되었다.


무지는 강렬한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는 대신에 브랜드 개념에 걸맞는 디자인으로 세상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아무런 브랜드 이미지도 없는 무지의 제품들을 바로 아무 것도 없는 그 깨끗한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인식시켰다. 아무 것도 없다는 것 만으로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는 어렵기 때문에 무지는 상품의 내면 깊은 곳에 미적 가치를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비워진 곳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을 어느 정도 느끼게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후카사와 나오토의 독특한 CD 플레이어로 무지의 미래를 열었고, 현대 디자인에 대해서도 큰 길을 제시해 주었다. 브랜드가 없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일본의 무지를, 후카사와 나오토의 CD플레이어는 조용한 수다로 세계만방에 그 존재감을 빛나게 한 것이다


하얀색에 네모 반듯한 모양은 무지의 디자인이란 것을 한 눈에 보여줄 정도로 아무 것도 없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그만큼 강렬하다. 모양 대신에 사용에서 그런 인상을 피력하고 있다. CD플레이어이긴 한데, 벽에 거는 용도이다. 편리함이나 특별한 성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뚜껑도 없는 CD플레이어를 벽에 걸어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했다. CD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특이하다. 눈에 띄는 것은 이 플레이어를 켜고 끄는 방식이다.


벽에 걸려있는 몸체 바로 아래로 길게 전선이 늘어져 있다. 따로 스위치는 없고, 이 전깃줄을 당기면 켜졌다, 꺼졌다 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어디서 들어 봄직한 사용법이다. 환풍기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하긴 모양도 환풍기를 닮았다. 사각형 모양에 바람개비가 돌아가게 되어 있는 점에 있어서 환풍기를 구조적으로 모방하고 있다. 모방은 나쁜 것이긴 하지만, 이 디자인에 있어서 모방은 오히려 딱딱하고 무표정한 전자제품에 피와 살이 돌게 하고 있다. 모방도 이런 모방이라면 얼마든지 장려하고 칭찬할 만 하다.


이러한 시각적 접근을 시도 한 덕분에 사람들의 눈을 자극하는 요소가 전혀 없으면서도 우리의 인상에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게 되었다. 무지의 브랜드 가치는 이런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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