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쿠튀르(Houte-Couture). 발음도 어렵고, 컬렉션에 참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매 컬렉션마다 특정 수의 의상을 선보이고, 정해진 수의 개인 고객을 위한 쇼를 개최해야 하며, 일정 수의 고용인이 제작과정에 참여해야 하고, 적어도 한 개의 아뜰리에가 파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100년의 전통을 바탕으로 장인정신과 독보적인 창조성의 대명사가 된 파리의상조합의 회원들로부터 전체 동의를 받아야지만 가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트쿠튀르에서 패션쇼를 한다는 것 자체로 이미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전통을 지키기 위해 어찌 보면 배타적인 가입 조건을 고수하는 오트쿠튀르 컬렉션에 프랑스인이 아닌 외국인이 초청되어 참가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명예 회원으로 참가하는 외국인은 프랑스 다음으로 패션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이탈리아 출신의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지금은 은퇴한 발렌티노 정도가 있다. 그런데 레바논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나라의 디자이너가 오트쿠튀르에 초청되어 컬렉션을 10년 이상 지속해 오고 있다. 그가 바로 엘리 사브다.
귀족들을 위한 옷에서 출발한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오트쿠튀르의 존속 이유는 대량 생산되는 기성복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수많은 인력이 시간을 들여 손으로 하나하나 구슬, 자수, 레이스, 시퀸, 이름을 붙이기도 어려운 각종 장식들을 붙이는 작업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게는 몇 천 만원에서 수 억원에 이르는 가격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탄생한다.
그 중에서도 작은 플라스틱, 금속 조각에 불과한 시퀸이라는 재료는 붓으로 일일이 찍어야 하는 점묘화처럼 장인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천에 새겨 넣어야 한다. 반 고흐의 명작 ‘해바라기’와 ‘수선화’를 시퀸으로 구현했던 입생로랑의 전설적인 재킷은 오트쿠튀르의 장인들이 없었다면 세상에 선보여지지 못했을 것이다. 엘리 사브 옷의 특징은 이렇게 공이 많이 드는 시퀸 장식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진 1>처럼 밀도가 빽빽한 곳에서 점차 옅어지게 하는 그라데이션 기법이나, <사진 2>처럼 마치 바람에 날리는 수양버들처럼 움직임이 느껴지게 수를 놓기도 하고, 굴곡 있는 여성의 몸을 따라 흐름이 느껴지게 메우거나, <사진 3>처럼 모피, 레이스 등 독특한 소재 위에 시퀸을 얹는 등 다양한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시퀸은 그 화려한 특성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무대용 의상처럼 촌스럽고 과해 보이기 쉽다. 하지만 엘리 사브는 <사진4>처럼 한두 가지로 절제된 색과 정돈된 실루엣을 고수하여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비법 치고는 단순한 것 같지만 이 단순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이 단순함을 위해 디자이너는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야 한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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