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 앤 올룹슨을 명품으로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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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루이스의 ‘베오시스템 2500’

2012-10-15 오후 4:36:39


투명한 유리판이 앞을 막고 있는 오디오. 무뚝뚝한 기하학적 모양과 차가운 금속 질감만이 그 유리판 너머로 보인다. 오디오를 쓰려면 유리판 뒤에 있는 몸체에 닿아야 하건만, 유리판을 열 수 있는 표시나 버튼은 어디에도 없다. 한 참을 찾다가 무심코 이 오디오에 손을 가까이 하면 마치 마술의 문처럼 유리문이 스르륵 열린다. 무뚝뚝하고 차가운 기계적 질감은 순식간에 따뜻한 온기로 데워지고, 한 대의 전자제품은 순식간에 살아있는 생명체로 다가온다. 이 ‘베오시스템(Beosystem) 2500’을 내놓으면서 뱅 앤 올룹슨을 세계 디자인의 중심에 놓은 사람이 바로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였다. 그는 60년 대부터 뱅 앤 올룹슨에서 진행, 현재 디자인 팀원 가운데 가장 오래된 디자이너이다.
뱅 앤 올룹슨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기업이기도 하지만 덴마크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다. 여기서 가장 오랫동안 디자인했던 데이비드 루이스라면 당연 덴마크나 이웃 북유럽 출신일 것 같지만, 그는 사실 영국출신이다. 1960년 영국 런던의 센트럴 스쿨 오브 아트(Central School of Art)를 졸업했고, 1965년부터 뱅 앤 올룹슨의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초기에는 뱅 앤 올룹슨의 디자인을 주도했던 야콥 옌센을 도와 디자인에 참여했었다. 1990년 대에 들어와서는 뱅 앤 올룹슨의 변화를 주도하며, 오늘날의 명품 브랜드로 거듭나게 한 주역이 되었다.
뱅 앤 올룹슨의 명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1990년대에 들어오면 소니나 필립스와 같은 가전 업체들의 도전에 직면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이에 뱅 앤 올룹슨은 1990년대부터 기업의 생산목표를 대량생산 지향에서 주문제작 방식으로 바꿨다. 이것은 디자인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첨단기술이나 싼 가격보다는,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정갈한 형태에,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뛰어난 개념들로 무장하게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독특한 디자인은 뱅 앤 올룹슨의 위상을 루이비통이나 샤넬의 수준에 육박하게 만들었다. 고만 고만한 전자제품 생산 기업들과는 완전한 차별화를 이루었고, 명실공히 명품 전자제품 브랜드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데이비드 루이스는 뱅 앤 올룹슨의 바로 이런 변화를 중심에서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후로도 데이비드 루이스는 베오시스템 시리즈를 연속으로 내놓으며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덕택에 뱅 앤 올룹슨의 디자인은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반열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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