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의 이름을 처음 들을 때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상상하게 된다. 이름마다 떠오르는 첫 인상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개인의 이름이나 브랜드명이 중요하다.
‘엘리 사브’라는 이름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세련되고 우아한 여성? 또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성? 어쨌든 그 이름으로 볼 때 여자라는 것에는 어떤 의심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남자 디자이너다. 물론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세련되고 우아하고 황홀한 여성복을 만들고 있다.
엘리 사브(Elie Saab). 1964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 중년의 아저씨 디자이너다. 레바논은 지중해의 동쪽 해안, 아라비아 반도 북쪽의 작은 나라지만, 수도 베이루트는 지중해 연안에 자리 잡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중동 지역의 교통, 상업, 문화, 관광의 중심지가 되었다.
‘중동의 파리’라고도 불리며, 5000년에 걸친 역사가 말해 주듯 다양한 시대의 유물과 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레바논은 여름에는 몹시 덥고 비가 적게 내리며, 겨울에는 따듯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지중해성 기후를 갖고 있다. 지중해 연안의 평야를 제외하고는 전부 산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레바논에서 태어난 엘리 사브는 옷에 대한 재능과 그에 만만치 않은 열정으로 9세에 여동생 옷을 만들어 주기 시작했으며, 청소년기에는 이웃의 여성들에게도 그가 만든 옷을 팔기 시작하였다. 독학으로 쿠튀르적 노하우와 예술가적 감성을 키운 그는 1981년 파리에서 잠시 패션을 공부했으나 곧 18살이 된 1982년에 베이루트로 돌아와 쿠튀르 아틀리에를 열고 컬렉션을 시작했다. 그의 화려하고도 섬세한 의상은 곧 중동의 부호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옷이 되었다.
1997년 이탈리아인이 아닌 첫 외국인 디자이너로서 처음으로 해외인 로마에서 컬렉션을 선보였고 1년 뒤 밀라노 기성복 패션쇼에 참가하게 된다. 2000년부터 파리 오트쿠튀르 의상 조합에 초대되어 파리에서 오트쿠튀르와 고급 기성복 컬렉션으로 1년에 4번의 패션쇼를 선보이기 시작하였다. 2002년 할리 베리의 오스카 시상식 드레스로 주목 받았으며, 6년 뒤 그는 오트쿠튀르 의상 조합의 정식 코리스폰던트(corespondent) 멤버가 된다. 즉, 프랑스 사람이 아닌 외국인으로서 오트쿠튀리에로 인정 받은 것으로 조르지오 아르마니, 발렌티노 등과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반열에 오른 것이다.
<사진1>처럼 레이스와 비즈, 시퀸, 쉬폰, 망사 등 다양한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하여 극한으로 황홀한 옷을 만들지만, <사진2>처럼 옷에 사용하는 색은 한 가지로 통일하여 세련된 인상을 갖게 한다. 더운 지역의 기후적 특성 때문인지, <사진3>처럼 레이스나 쉬폰 등의 속이 비치는 소재 위로 비즈나 자수 장식을 올려 화려하고 반짝이는 첫 인상과 함께 볼수록 매력적인 은근한 관능미가 느껴진다. 엘리 사브의 의상은 이러한 히잡이나 차도르를 착용하는 중동 여성들의 반전 매력이 현대 의상으로 잘 승화되었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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